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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Jul 08. 2021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 퇴사와 이직사이

‘여기서 나의 미래를 걸 수 있을까? 과장, 부장을 거쳐 임원이 되어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은데 선배들의 행로를 보니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 잘해야 50대 초반대 나이에 부장 선에서 마무리하는 직장생활이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새로운 ‘업(業)’에 대한 욕구가 생겼는데 그러려면 회사를 옮겨야 했다. 직장생활 어느 순간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지 고민스러웠다.’


필자가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때의 스케치다. 수년간이나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개인의 역사에 실로 엄청난 일이다. 그만큼 고뇌가 컸고 번민을 많이 했다. 미래를 위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곳으로 이직 결심은 쉽지 않았다. 또 이직에 따르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키 어려웠다. 전문적인 직업군으로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알아본 회사는 조그만 회사였다.


그렇지만 과감한 결단을 했다. 대기업이라는 유명세와 안정성보다는 전문가의 길로 가고 싶은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큰 기업은 폭넓게 경험할 수 있어 다양한 시각을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쌓기는 어렵다. 


필자의 경우는 당시 시장조사업무를 맡아 하면서 이일의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싶었다. 이직할 회사는 규모는 작을지라도 해당 사업영역에서 리더십이 있는 회사였다. 이직 후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하며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었고 따라서 삶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일하다 보면 회사를 떠나고 싶은 욕구가 밀려오는 경우가 있다. 어디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랴. 하는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심할 때, 상사나 고객으로부터 심한 얘기를 들을 때, 여기서 미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느낄 때, 때로는 연봉이 남들보다 못해 우울함을 느낄 때, 필자처럼 새로운 일에 대한 욕구가 생길 때 등 회사를 떠날 고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실제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2020년 4월 발표한 퇴사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사 사유 1위는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었고, 그다음으로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 ‘직급, 직책에 대한 불만’, ‘과도한 업무량과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 등의 순으로 나왔다. 대부분 다니는 회사의 문제로 인한 것인데, 불만이 없어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직장을 찾거나 필자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적잖이 있을 것이다. 


정말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 누군가는 이를 이겨내거나 참아내며 그곳에 머무르고, 누군가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제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앞서 얘기했듯 개인으로 보면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퇴사와 이직으로 인한 직장생활의 성공 여부는 인생의 성패도 같이 걸려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고려 없이 함부로 결행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는 견디기 어렵거나 더 좋은 직장에서 자기 성장을 위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다르다. 결단이 필요하다. 퇴사와 이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수 있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은 고난이 따르더라도 더 나은 자신을 찾기 위한 혁신이자 도전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퇴사를 결심할 무렵이다. 잡코리아가 2020년 5월 발표한 퇴사를 결심한 적 있는 직장인 2928명 대상으로 조사한 ‘퇴사 결심을 번복한 이유’를 보자.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8%는 퇴사를 결심했지만 번복하고 퇴사를 미루거나 취소했다고 하는데, 퇴사를 번복한 이유로 ‘퇴사 후 막막’ 41.4%, ‘경력을 더 쌓고 퇴사하려고’ 39.8%, ‘이직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39.3%, ’의지했던 동료/상사의 만류로‘ 32.1%, ’일에 대한 책임감‘ 29.9%, ’내 마음이 바뀌어서‘ 10.2%, ’회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10.1%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는 회사는 떠나고 싶은데 나갈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다음 행로에 대한 준비 없이 감정에 따라 갑자기 퇴사의 뜻을 밝히면 공중에 붕 뜬다. 순간의 시원함을 위해 퇴사를 선언하면 퇴사 후부터 막막함의 시작이다. 또 다른 고생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퇴사는 떠날 마음을 확실히 하고 움직일 공간이 준비된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다음 공간이 지금보다 무엇인가는 확실히 좋아야 한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이 싫다고 비슷한 데로 움직이면 대개는 오십보백보의 상황이 된다. 내 떡은 작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있는 것들이 오히려 더 좋은 경우가 훨씬 많을 수 있다. 많은 퇴사자의 고백이 이를 증명한다. ‘전 직장보다는 더 좋겠지 기대하며 갔는데 그것이 아니었네, 다른 고통이 나를 마주하네, 아, 내 인생.’


그런 만큼 이직 사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과 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어디나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차이가 있는 것은 기업문화, 연봉, 맡을 직무 정도이다. 이직은 현재보다 나아지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직무, 기업문화, 연봉, 성장성 등 이 네 가지 중에 최소 두 개 이상 충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것은 전진 스텝이 되어야 한다. 잘못하다간 후진 기어를 넣고 뒤로 가는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직은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차지 않아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게는 다른 데서 먼저 제안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큰 불만이 없더라도 본인이 더 좋은 여건의 회사를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역량이 있고 ’업‘의 전문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경우에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직할 회사에서 제시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봉을 예를 들면 직장은 프로야구처럼 다년 계약으로 것이 아니므로 한 해만 연봉의 조건을 맞춰주고 그 이후는 달라질 수 있다. 연봉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특히 유념할 점이다. 현재 다니는 직장도 때가 되면 승진하고 연봉도 오르는데 그런 단기의 연봉에 끌려 오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연봉의 변화를 봐야 한다.    


그런데 회사를 떠나고 싶은데 별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 회사에 정붙이고 잘 다니는 수밖에 없다. 사람에 대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본지 6월호 ’나를 힘들게 하는 상사‘편에 나온 것처럼 내부에서 그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일이 과중하거나 딱딱한 기업문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다니는 많은 사람이 같은 여건에 놓여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먼저 자신의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려면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그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곳에서 롱런할 지도 의문이다. 이직은 어떻게 보면 결단 이전에 능력의 문제이다. 능력이 없으면서 현 직장에 불만인 채 산다면 본인만 손해다. 현재 상황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능력을 갖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사에 불만이 많아 떠나고 싶은데 잘 안돼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이를 눈치챌 것이며, 동정하기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본지 11월호 ’5년 뒤 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란 칼럼을 보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소개했다. 당신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렇지도 못하면서 늘 입에 불만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퇴사와 이직이라는 선택과 결단의 시기가 오기 마련인데, 그때 자기가 진정 원하는 길로 가려면 미리 준비된 자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필자가 두 번째 회사에서 잘 적응해 가며 팀장으로 승진하여 2년째 팀을 꾸려갈 무렵, 다른 회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컨설팅 회사였다. 그 회사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리서치를 베이스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하는 일도 좋았고 회사에서 리더의 위치로 성장하고 있을 때라 이직 생각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이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이직은 그야말로 필자에게 도전이었다. ‘업’의 전문성이 확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 다니던 회사를 뒤로하고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회사를 선택한 것은 사실 리스크가 컸다. 그러나 번민 끝에 그 길을 선택했다. 젊으니까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 직장에서는 다행히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됐는데, 처음 한두 해는 이직 자체를 후회한 경험이 있다. 자리를 잡아갈 때까지 여러 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 회사로 전직해온 많은 사람이 필자처럼 꿈을 가지고 왔지만 대부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만큼 이직을 통해 더 나은 모습을 만들어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전은 필요하지만, 여러 리스크가 따르며 양면의 결과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퇴사와 이직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인 경우도 있다. 이는 옮겨간 회사가 기대와 다른 것도 있지만 자신의 역량이나 적응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둘러싼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다양한 자유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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