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히드코트 런칭기_3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히드코트 런칭기_1
지난 편 '일단 1억을 모으자' 편에서 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드를 모았고, 그래서 그 시드로 어떤 것들을 할지 계획을 세웠던 내용을 공유했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1억 중 3000만원으로 신규 사업을 시작해본다.
- 데스벨리를 넘어야 하는 동안은(일단 BEP 달성까지)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익으로 메꾼다.
- 디자인 스튜디오의 정기 수익을 만든다. (연계약, 월계약 등)
- 주식 투자를 이용해, 사업소득 외 금융 소득을 만든다.
오늘은 이 중 내가 3000만원으로 현실적인 브랜드 창업 존버 하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직접 겪었던 내용과 감회를 솔직하고 가감 없이 써보기 위해서 런칭 5개월 차 시점 '후회하고 있는 세 가지'를 정리해봤다.
1. 브랜드, 여름에 시작할걸
봄 시즌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서 S/S라는 메인 시즌이 시작된다. 브랜드들은 봄과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옷 장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재고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봄에 나올 옷들은 여전히 추울 때 입을 수도 있어야 하지만 초여름~한여름에도 시도해볼 만한 계절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비싸다. 아우터를 제작하는데 비할 수는 없겠지만, 반팔을 만드는 것과 니트를 짜내는 일은 시간부터 들어가는 부자재비, 공임비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적은 돈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여름 시즌부터 의류 사업을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만 나는 지금 우리의 브랜드를 '노 시즌제', '지속 가능한 패션(다른 의미로)' 만들고 싶어 이번 가을 시즌에도 봄 시즌 라인들과 일렬화시키는 하나의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두 번째 후회와도 연결돼있다.
2. 최대한 적은 수량
옷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장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공장 사장님들과 소통하는 것도 옷 디자인만큼이나 크리티컬 한 이슈이다. 공장 사장님들은 '적은 수량'을 취급하고 싶지 않아 한다. 내가 돈을 지급하는데도 을이 된 느낌도 가끔 받을 수 있다. 내가 옷을 적게 만든다고 싫은 기색을 내는 곳과는 절대(!!!) 일하지 말라. 그 공장과 일하는 순간, 원단이 남으니까 더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대로 수량을 늘리려하거나, 수량이 너무 적다고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말할 것이다. 여러 공장을 찾아보면 그중에서도 친절하고 도움을 주시려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나는 공장에 주눅 들어 내가 책임지기 어려운 재고를 떠안는 것보다, 공장에 내가 최소 수량으로 생산을 진행하니 열심히 판매를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리오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린다.
봄, 여름 시즌이 지나가면서 손절한 공장도 있는 반면 충분한 라포가 형성돼 서로 더 으쌰 으쌰 하는 곳도 많다. 적은 수량에 당당해져야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적게, 그렇지만 퀄리티에 집중하자를 패션 브랜드 존버에 1원칙으로 뽑고 싶다.
3. 다르게 만들기
최근 '브랜드다임앤파트너즈'의 대표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황부영 님의 '성공하는 브랜드의 유일한 조건'이라는 영상을 봤다. 내가 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이 영상을 봤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질 못했다. 영상 초입에 새로운 브랜드가 성공하는 거의 유일한 조건에 대해 '다르게 만들어라. 신규 브랜드는 극단적으로 차별성의 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거로 시작하는 것이 그나마 생존 확률을 높인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셨다. 물론 아닌 케이스도 있겠지만 짧은 나의 6개월치 경험으로 이야기한다면 얼추 맞는 것 같다.
히드코트의 주 매출 현황을 보면 기성 골프웨어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을 더 많이 찾는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요즘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것은 아마도 다들 만들고 있을 확률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다르게 만들어서 히드코트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쌓아 올리는 것에 요즘은 가장 집중하고 있다.
좀 더 싸게 만들면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특히나 패션 브랜드 시장에서 접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기업에 절대 비빌 수 없다. 그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들이다. 양질의 옷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가 가야 할 곳은 '자라와 나이키에선 찾지 못하는 제품과 가치'이다. 디자인과 패키징 고객 경험을 최대한 타 브랜드와 다르게 만들기 위해 나도 하루 종일 고민 중이다.
'잘하는 법'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함께 존버 하고 있는 작은 회사들이나 이 일을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껴서 정리를 해봤다. 물론 나 스스로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일들도 있다. 어쨌든 브랜드는 계속 성장 중이고 나는 매 달 kpi와 싸우고 있지만 국내에 있는 작은 브랜드들이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