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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31. 2023

직장에서 고민이 생겼을 때 책상에서 찾는 두 가지 물건

무슨 고민이든 함께 할 수 있는 소품


모나미에서 나온 수성펜 Plus pen 3000 은 회사 업무 할 때 고민이 되면 꼭 손에 들게 되는 펜이다. 펌프, 탱크 등 물질을 이송하고 저장하는 장치류, 온도를 낮추거나 올리는 열교환기류의 장치설계를 검증할 때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모터의 기계적 동력을 이용해 액체를 50미터 100미터 이상 쏘아 보내는 펌프류를 계산할 때가 있다. 펌프 한 대 가격을 생각하면 실수 없이 여유를 잡아 계산해야 하지만 과도한 설계가 되지 않도록 숫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봐야 한다. 엑셀로도 계산할 수 있지만 빠른 파악을 요할 때는 주변에 돌아다니는 이면지를 낚아채 노트패드에 끼워 직접 손으로 쓰며 정리한다. 공정 흐름을 단순한 기호로 그려서 시각화하고 설계 문서나 도면상에서 떠다니는 숫자들을 붙잡아 계산기를 두드린다.


한 자루에 300원인 플러스펜은 다윗처럼 작지만 강하다. 12년 차 설계쟁이로 일하면서 고민 있을 때 가장 많이 손에 쥔 펜은 플러스펜이었다. 유성펜과 달리 손에 살짝만 힘주고 써도 술술 써지기 때문이다. 플러스펜으로 쓰면서 해결해 나간 문제들을 돌아보면 플러스펜만큼 고마운 펜이 없다. 일이 많아 바쁜 시기가 되면 회사 다이어리에도 꼭 이 펜을 쓴다. 해야 할 일을 파란색 플러스펜으로 힘차게 쓰고 하나하나 쫙쫙 지워 나갈 때의 경쾌함은 수성펜에서만 느낄 수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어떤 미신도, 타로점도 믿지 않지만, 재미 삼아 보는 책은 딱 하나 있다. 바로 '마법의 고민 해결책'이다. 몇 년 전 독서모임을 할 때 글벗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는데 책상 위에 두고 가끔씩 펼쳐본다.


'하, 너무 퇴사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계속 다녀야 하나.'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다음 크게 들숨 한 번 하고 이 작은 책을 '하나, 둘, 셋' 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마법의 고민 해결책은 이렇게 답한다.


'다른 가능성도 열어 두어라.'


내 속에서 나온 질문을 내 손이 택한 페이지에서 내 밖의 답변으로 나올 때의 묘한 재미가 있다. 재미로 가끔 펼쳐보는 책이긴 하지만, 정말로 막막한 문제가 생겼을 때 펼치면 위로가 된다. 고민있는 동료에게 이 책을 건네 보여줬더책의 효력을 경험하고는 바로 구매기도 했다.


플러스펜과 마법의 고민 해결책은 모두 고민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는 친구 같은 소품이다. 플러스펜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긴장감을 주고, 또 집중하게 해 준다. 펜이 잘 닳지도 않아서 새 펜을 한번 쓰면 꽤 오래 정 붙이며 쓸 수 있어 좋다. 또 마법의 고민 해결책은 고민 있을 때 내 질문에 대답해 주는 친구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정신없는 상활 일 때, 조용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친구를 꺼내며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책상에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방법 중에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2가지 방법을 소개해 보았다. 머리 싸매는 일들을 해결하라고 월급을 받으며 이 직급, 이 자리에 있는 것인 만큼 최선의 아웃풋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곁에 있는 이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독립심을 키워 나간다. 내일도 비장한 각오로 출근해야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언제나 내가 힘들 때 내 곁에서 기다리는 소품들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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