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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재 Jul 06. 2020

#5.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이 온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대표적인 중고 플랫폼의 사례를 공유합니다.

작년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어 접속자가 몰려 무려 출판사 창비 홈페이지가 다운이 되기도 했던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편집이 있습니다. 7만여 판교인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평가받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우리 동네 중고 마켓 줄여서 '우동마켓'이라는 중고거래 서비스 스타트업에 다니는데 이러한 배경설정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친숙한 서비스인 당근마켓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소설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요소는 일반적인 문학에서 보기 힘든 주제, 리얼한 묘사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요즘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고거래와 당근마켓 서비스에 대해서 다뤘다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왜 리커머스 (Re-commerce)시장이 뜨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각국의 플레이어들은 어떤 밸류를 제공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21세기는 다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입니다. 뉴미디어 시대의 짧은 호흡에 맞춰 유행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니 이에 발맞추기 위한 제품의 업데이트 주기는 잦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물품 소비 주기 역시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 많은 소비를 위한 제반 환경은 계속 탄탄해지는데 불황으로 선진국의 성장률은 둔화되니 탕진잼, 욜로 등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만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한편에서는 소유를 줄이고 행복을 찾자는 미니멀리스트 철학에 공감하며 집에 켜켜이 쌓여있던 물건을 내다팔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이전에 예상치 못했던 속도로 커머스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C2C 중고 시장의 성장은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꿈꾸시나요?


국내 대표적인 중고시장의 플레이어는 웹 기반의 중고나라, 직거래 기반의 당근마켓, MZ세대 기반의 중고 앱인 번개장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할 때 보통 신뢰성과 편의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데 이를 지역별 직거래를 통해 해소하여 많은 이의 호응을 얻고 있는 당근마켓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나름 각기 각색으로 제공하는 value proposition과 지향점이 다르다 보니 어느 한 플레이어가 독주하는 형태는 아니고 시장의 파이를 같이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중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트렌드는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은 아니고 선진국들 위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힌트를 얻어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중고거래 강자인 이베이와 아마존의 약진은 두말할 필요 없지만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트렌드는 의류와 럭셔리 제품을 위주로 리세일과 렌탈 쪽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고를 거래하는 소비자의 마인드셋이 변화하고 있는데 2019년 액센츄어에서 진행했던 Holiday Shopping survey에 따르면 48%의 미국 소비자는 중고 제품을 연말 선물로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심지어 56%에 달하는 사람들이 중고를 선물로 받는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간 선물로 중고를 주고받는 것은 아무리 가성비가 유행한다 하더라도 아직 국내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이렇게 중고 제품의 범용성이 증가를 하며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소비자가 구매를 하기 전에 중고로 판매했을 때의 청산가치를 염두에 두고 구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럭셔리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나스닥에 상장까지 된 The RealReal을 필두로 ThredUp, Poshmark, Grailed, Depop 와 같은 명품 중고 거래 및 리셀 플랫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유사한 트렌드를 반영하는 서비스가 점점 생겨나고 있는데요. MZ세대의 입맛에 맞춘 스노우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KREAM이나 스타일쉐어에서 출시한 하이엔드 패션 리셀 플랫폼인 아워스 같은 신규 리셀 플랫폼들이 생겨나며 구구스나 필웨이와 같은 전통적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중고시장을 성공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시켜 무려 시가총액 7조 원에 달하는 메루카리라는 서비스를 위주로 중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미 6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1인당 월간 이용 시간이 3시간 30분으로 일본 내 페이스북을 포함하여 웬만한 SNS 저리가라 할 수치를 자랑하고 있으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2020년 메루카리 컨퍼런스에서 몇가지 전략을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로는 판매자가 더욱 편하게 리스팅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겠다. 두 번째로는 판매자의 배송을 돕는 5000여 개에 달하는 메루카리 포스트박스를 만들겠다. 세 번째로는 창고에 판매자가 상품을 미리 넣어놓으면 제품이 판매될 때 메루카리가 배송을 책임지는 일종의 FBA방식을 론칭하겠다입니다. 이를 통해 메루카리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O2O로 판매자의 편의성을 높여 더 많은 리스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메루카리 수익화의 영역을 수수료 모델 외에 중고거래의 벨류체인에서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뿐 아니라 메루카리가 제시한 네 번째 비전은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데이터 통합으로 제품의 생산, 판매/구매, 그리고 재판매까지 이어지는 라이프사이클 데이터를 완성함으로써 단순 중고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primary부터 secondary까지 이어지는 고객의 새로운 통합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을 제시하였는데요. 예를 들면 메루카리에 판매되는 아이폰 X의 데이터를 애플에 제공하여 애플의 수요예측 및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혹은 역으로 유저가 애플에서 구매한 히스토리를 끌고 와서 메루카리에서 손쉽게 리스팅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또한 카탈로그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리테일 사들은 메루카리에 직접적으로 신규 아이템 판매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메루카리가 제시하는 비전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판매의 편의성과 퀄리티를 높여 판매자가 증가하면 구매자가 따라온다. 2) 중고거래 수수료 외에도 온오프라인을 잇는 새로운 사업모델에 진입하여 수익화 모델의 커버리지를 넓히겠다. 3) 1천만 이상의 고객의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미래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 요약하자면 C2C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출발한 메루카리 역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중고거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커머스의 비즈니스 영역에 역으로 침투하려고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가 175조 원 전망으로 국내의 8배에 달하는 시장입니다. 일본의 메루카리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고시장을 재편했다면 중국의 경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여느 국가보다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시부터 온라인 위주 중고 서비스들이 형성이 되어있는데요. 알리바바 산하의 시안위는 가입자가 2억 명, 하루 활성 이용자(DAU)가 2천만 명 이상을 돌파하며 전체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앱에서는 단순 중고거래 외에도 국내의 당근마켓과 유사한 커뮤니티 요소가 결합이 되어있는데요. 당근마켓이 지역별 커뮤니티라면 시안위의 경우 취미에 기반한 일종의 덕후 커뮤니티를 형성함으로써 취미 기반 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TV에서 방영 중인 유랑 마켓과 유사하게 셀렙들이 자신의 중고상품을 팔로워에게 판매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시 구축이 되어있어 중고 판매에 SNS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미국, 일본, 중국에서 중고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플랫폼들이 각각 어떻게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아무리 플랫폼의 시대이지만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해주는 것 뿐이라면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성장해나가기 어렵습니다. 시대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연결해주는 양쪽에게 단순 연결 외에 또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며 서비스적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기존 서비스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국내외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플랫폼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치열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예정이니 판매자와 구매자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만한 어떠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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