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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는 믹스견 or 자이언트 말티즈?

⓶ 개띠개의 품종을 알려 준 카페 직원_강화도

by 비단구름

강아지도 멀미를 한다!


친정에 아주 작고 귀엽고 새까만 단모 치와와가 나보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고 있어서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내가 큰맘 먹고 주 양육자가 되어 개띠개를 키우고 보니 상상도 못했던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1. 우리 개띠개는 차멀미를 한다는 점.

2. 앞으로 여행에 심각히 제약이 있을 거라는 점.


여행이야말로 내 삶의 유일한 사치이면서 동시에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누구도 내 발을 묶어 놓을 수는 없는데 십 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요 자그마한 강아지로 인해 내 삶과 내 행복과 내 여행에 큰 제약이 생긴 것이다.


친정에 열 살이 넘은 치와와가 있는데 어떻게 강아지가 멀미를 하는 것을 몰랐느냐 하면, 첫 번째로 삼 킬로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요즘 살이 많이 쪄서 까만 새끼 돼지 같다.) 치와와는 잘 먹으나 멀미 따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부모님이 치와와를 아기처럼 생각하시는 탓에 멀리 다니시지를 않고, 어딜 가시더라도 치와와가 기다린다며 곧장 집으로 가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미를 하는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게다가 개띠개는 차에 올라타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한 뒤 고양시 외곽의 산에 버려졌기 때문일 거라고, 그 기억이 남아 있는 거라고 짐작한다.


고맙게도 개띠개는 우리 가족을 신뢰하는지, 크게 속고 상처받았으면서 아직도 인간에 대한 고운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어디를 가자고 하면 두려워하면서도 조심스레 차에 타기는 한다. 나와 우리 가족은 우리를 신뢰하고, 이제 우리밖에 없는 개띠개를 실망시키거나 큰 슬픔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주말에 케이와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어느새 개띠개가 떠올랐다.


“우리 개띠개도 같이 왔으면 좋을 텐데.”


우리는 아름다운 지역을 볼 때마다 개띠개를 생각했다. 개띠개가 이 아름다운 곳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걸었으면 했다. 개띠개에게 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개띠개는 차로 삼십 분에서 사십 분 정도가 지나면 어김없이 멀미를 했다. 창문을 열어주면 개띠개는 두 발로 서서 머리를 창문 밖으로 빼꼼히 내밀고 숨을 헐떡였다.


강아지 키우기 전에는 자동차 창문 밖에 머리 내밀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면 “어머, 저 강아지 좀 봐. 차 타는 거 좋아하나 봐. 정말 귀엽다!” 소리쳤는데 개띠개를 키우고 나서야 "너도 멀미하니?", '어쩌면 그 강아지들도 차 멀미를 하고 있었던 거구나.' 깨달았다. 인간은 경험해 본 만큼 공감한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운전해도 최대 30분이 한계였다. 개띠개가 숨을 헐떡이고, 힘들어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거로 봐선 털로 얼굴이 덮여서 그렇지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었을 듯 힘든 것이 분명했다. 아주 가끔 큰맘 먹고 개띠개를 데리고 적어도 한 시간 삼십 분은 걸리는 춘천 본가를 가기라도 하면 삼십 분에 한 번은 편의점이고, 휴게소고 틈틈이 쉬어 주어야 했다. 그래서 개띠개를 키우고 나선 어디를 가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1박2일조차 꿈도 꿀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여행은 당분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개띠개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해 본 것보다 못 해본 것이 더 많고 가보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강아지에게 바다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화도로 갔다. 개띠개를 데려오기 전 인수인계를 받을 때 부장님이 슬며시 알려주셨다.


“얘가 멀미를 해요. 차를 탈 때는 아침은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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