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robo-advice) 열풍의 종말은 요란한 폭발과 함께 찾아오지 않았다. 눈에 띄는 붕괴도, 파국적인 폭발도 없었다. 스캔들도 없었고, 항의도 없었으며, 거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대신 한겨울, 카메라와 조명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서 조용히 막을 내리고 있다. 한때는 혁명처럼 보였던 것이 이제는 조금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이 결과는 크게 놀랍지 않다. 대마초(cannabis), NFT, 디파이 토큰(DeFi tokens), DAO, ESG, 나노기술, 3D 프린팅, 수소 에너지 등 수많은 투자 유행이 이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했다. 언제나 보도자료와 대담한 예측은 초기에 쏟아진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금융자문사를 상품화된 자동 자산배분(commoditized, automated asset allocation)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2025년 현재 완전히 생명력을 잃었다. 소비자들은 자산배분(asset allocation)과 자문사와의 관계(advisory relationship)가 서로 다른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을 충족할 자산이 있고, 사람의 시간과 전문성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들은 효과적인 기술과 맞춤형 자문, 그리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실제 인간을 결합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니즈를 가진 대중 시장은 거의 어디서나 무료로 자동 ETF 포트폴리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 증권사, 도박 앱, 심지어 7-Eleven에서도 가능하다. ETF 여덟 개에 연 1회 리밸런싱이면 충분하다. 한 세대 전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떠들던 소동이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자문 업계에 눈에 띄는 영향을 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동 자산배분은 유용한 서비스이지만, 이제는 대부분 상품화되었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에게 특정 생애 단계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Betterment는 B2C 로보어드바이스 영역에서의 상품화를 한 세대 전 이미 내다보고 이에 대응했다. 단순 로보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다각화된 자산운용사이자 자문사, 401(k) 제공자, RIA(등록 투자자문사) 커스터디언으로 변신했다. 현재는 일부 인간 CFP(공인재무설계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디지털 온보딩과 자산배분 등을 지원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필자와 같은 자문사를 지원하는 이 플랫폼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Betterment의 팬이며, 해당 플랫폼을 살펴본 대부분의 자문사들도 업계 내 다른 커스터디언과 비교해 상당히 앞서 있다고 평가한다.
로보어드바이스 초기 경쟁자였던 Wealthfront는 당시부터 살아남은 또 다른 회사로, 전혀 다른 방향 전환을 선택했다. 서비스에 인간 요소를 추가하는 대신, 고금리 환경에서 현금 관리(cash management) 상품을 판매해 자산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다만 그 시기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이 부분은 잠시 후 다시 다룬다.
두 회사 모두 금융 서비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그 긍정적 효과의 대부분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귀속됐다. 이는 흔히 있는 일이다. 로보어드바이스는 과거 수백만 미국인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접근성과 제한적인 선택지를 개선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시장을 압도하는 점유율 확대도 없었고, 매력도 없었으며, 라이프사이클 뮤추얼펀드를 보유하는 것과 비교해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차별성도 없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등장했고, 모두가 이에 적응했으며, 그걸로 끝이었다.
업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온갖 주장과 달리, 실제로 그런 혼란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 대신 이 업계에는 30만 명의 인간 금융자문사가 존재하며, 그 누구도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자문사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로보어드바이저 진영이 내일 모두 접고 사라진다 해도, 이를 알아차릴 자문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방금 뭐 들었어? 아니? 나도 못 들었어. 그럼 다시 일하자.”
젊고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자문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동 자산배분 도구와 디지털 온보딩 기법을 이미 실무에 도입했다(필자의 회사도 그렇다). 다른 곳들은 그저 무시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니, 충분한 정도를 넘어섰다. 오늘날 인간 자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수익성이 높으며, 고객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는 거의 르네상스에 가깝다.
2012년 이후 RIA(Registered Investment Advisor) 채널은 금융 서비스 산업의 다른 어떤 부문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24년 말 기준, 미국 전체 RIA 생태계가 관리하는 고객 자산 규모는 약 144.9조 달러에 이른다. 자문 시장에서 RIA의 점유율은 2010년대 초반 10%대 중반 수준에서 현재는 약 27%까지 상승했다(Cerulli Associates). 현재의 성장 속도가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전체 산업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와이어하우스(wirehouse:전국 단위의 대형 종합 증권사·자산관리 회사) 쪽을 보더라도 성장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Morgan Stanley Wealth, Merrill, Wells Fargo Advisors, UBS Wealth Management Americas로 구성된 이른바 ‘빅4’는 현재 약 20조 달러의 자문 자산(AUA, Assets Under Advisory)을 관리하고 있다. 경쟁 로보 서비스 중 어느 것도 인간 자문사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조금의 흠집도 내지 못했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스 시대 초기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전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당시 우리는 인간 자문사는 곧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오직 속도, 편의성, 낮은 비용,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화면 뒤에 숨을 수 있는 능력만을 중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동의한 적이 없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가득한 업계 패널 토론에 수없이 앉아 있기는 했다. 그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다. 자신의 투자자들에 의해 밀려났거나, 인내심을 잃은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강제 은퇴를 당했다.
곧 현실이 될 것처럼 믿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예언되었던 대규모 산업 붕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금융자문 컨퍼런스 전시장을 어슬렁거리며 AI 소프트웨어를 팔거나, ‘에이전틱(agentic)’ 무언가를 새로 출시하고 있다. 솔직히 조금 우습다.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주요 산업 리서치 기관들이 내놓은 몇몇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전망은 특히 클릭을 끌어낼 자극적인 제목을 찾던 편집자들 사이에서 자명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2015년 A.T. Kearney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자산(AUM)이 약 3,000억 달러에서 2020년 2.2조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연평균 약 70% 성장을 전제로 한 수치였다. 같은 시기 Business Insider Intelligence는 당시 가장 널리 인용되던 전망 중 하나를 유포하며, 로보어드바이저가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조 달러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MyPrivateBanking은 글로벌 로보 플랫폼의 자산이 5년 내 약 2,5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측하면서, 전통 자산관리사들이 “심각한 붕괴(severe disruption)”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든 예측에는 하나의 공통된 가정이 있었다. 저비용 자동 포트폴리오 구축이 소프트웨어처럼 확장되며, 특히 준부유층(mass-affluent) 시장에서 인간 자문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자산관리를 ‘관계’가 아니라 ‘페니 단위의 대량 처리 산업’으로 바꿀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Oops!
현실은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로보어드바이스는 완전한 자문 솔루션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특정 목적에 특화된 도구, 즉 자동 자산배분(automated asset allocation)으로 널리 인식되게 됐다.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잘 작동했다. 그러나 그 시장 기회는 유능하거나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결코 매력적이지 않았다. 훈련된 셰프는 배가 고픈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위해 주방을 나와 거리를 헤매지 않는다.
로보어드바이스는 증권사 고객이나 잠재적인 연금보험(annuity) 구매자, 그리고 어차피 불리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었다. 이들에게 저렴한 로보 플랫폼을 제공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는 빈자리가 있었고, 로보어드바이스 흐름은 그 빈자리를 채웠다. Schwab, Merrill Edge 등은 이 기술을 도입해 콜센터에서 전화 응대를 하던 많은 인력을 대체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이익이었다.
물론 일부 매우 부유한 기술 업계 인사들도 이 플랫폼들에 상당한 자금을 맡겼다. 그 배경에는 Adam Nash가 실리콘밸리를 돌아다니며 파워포인트로 수수료와 복리(compounding)를 설명했던 일이 컸다.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는 Vanguard가 1970년대부터 줄곧 강조해 온 개념이었지만 말이다. 이들 중 일부는 소프트웨어와 스타트업에 끌리는 성향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했다.
이를 친화성 마케팅(affinity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일부는 투자 종목을 고르는 데 무언가 미래적인 기술이 쓰인다고 실제로 믿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다. 로봇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 때문이었다. 필자는 이후 이들 중 상당수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전부였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금융가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미국의 가장 부유한 가계들이 여전히 와이어하우스 자문사나 RIA 재무설계사와 함께 일하고 있었고, 음악은 계속 연주됐다. 두 종(種) 사이의 경쟁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오래전에 “부자들은 로봇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필자가 해온 투자 중 가장 쉬운 베팅 중 하나였다.
현재, 초기 20여 개가 넘던 독립 로보어드바이저 가운데 실질적으로 남아 있는 곳은 한두 곳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용히, 한숨처럼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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