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심이라는 것을 갖고 있으나 그것이 발휘되는 건 주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 한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의를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타인을 비난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발동되곤 합니다.
작가가 서문에 쓴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가 보여주는 지방 도시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유착 관계로 얽혀 있는 곳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소한 이익 때문에 불의 앞에 침묵하는 소시민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런데 미유키라는 여자가 나타나서 육감적인 몸매로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부도덕성 때문에 미유키의 덫에 걸려들고 마는 소시민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표현대로 미유키는 약아빠진 인간들을 역이용하면서 승승장구한다. 등장인물인 미사토의 표현에 의하면 미유키는 ‘요염한 암컷 사마귀’ 같은 존재다. 그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반드시 그 이상의 대가를 토해 내야 하고, 심한 경우에는 살해당하기까지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는 현실에서는 거의 없지만 흙수저 출신에 평범하기만 한 미유키가 타락한 인간 군상을 이용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모두에게 통쾌한 속 시원함을 안겨준다. 미유키는 악녀가 아니라 사람들의 악을 스스로 돌이켜 보게 만드는 거울이자 정의의 사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책을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미유키를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