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스테라 Feb 01. 2024

공황장애인줄 알았는데 동맥경화.

나는 평소 무기력하고 착 가라앉아 있고, 텐션이 낮은 편이며 눈물이 많고 소심한데,

이런 상태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날 정신과에 갔다.


정신과는 초진 때 우울증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객관식 문제 풀듯이 한다.

예를 들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는 질문에 '1. 매우 그렇다, 2. 조금 그렇다, 3. 보통이다,

4. 가끔 그렇다, 5. 전혀 그렇지 않다.' 중 체크하는 것이다.

이  검사는 직관적으로 빠르게 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의 우울증 검사결과지를 들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는 우울증을 호소하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는 환자를 처음 보았습니다.


매번 건강검진하면 저혈압이고 서맥이라고 나왔다.


* 서맥은 심장박동이 너무 느린 것을 의미하며 나이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정상 맥박을 60-100회로 보아 60회 미만인 상태를 서맥이라고 한다.


텐션이 낮고 무기력한 것이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싶어서 헬스장도 가고 요가학원도 다니고 1일 100개 스쿼트 밴드에 가입해서 매일 스쿼트 100개씩을  꾸준히 했지만 그때뿐이고 운동을 마치고  나면 풍선에 바람 빠지듯 힘이 빠졌다.


취미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보다 싶어서 평소 좋아하는 민화를 배우러 다니고,

재미있거나 자극을 추구하면 사는 게 신나서 텐션이  올라가려나 싶어서 너튜브와 넷플릭스에서 재미있다고 하는 영상도 보고,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그때마다 재밌기는 재밌는데, 이내 차악 가라앉았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가끔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생겼다.


이러다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고

내가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공황장애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심장검사를 정밀하게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심장을 검사해 보려고

대학병원에서 심장전문의로 유명하셨던 의사 선생님이 개업하셔서 예약 잡기가 힘들다는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 유명한 원장님 말고  다른  분으로 초진을 잡아 주세요."


예약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더니 당일 검사가 가능했다. 어차피 그 유명한 원장님 병원에서는 유명 원장님께서 환자를 보기 위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고 다른 의사 선생님도 유명 원장님이 함께 일하고자 했을 때는 이유가 있겠지.


나는 혈액검사, 흉부와 경동맥 초음파와 엑스레이, 운동부하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운동부하검사는 상반신에 전극을 달고 팔에는 혈압계를 달고 트레드밀에서 1부터 5까지 속도를 높이며 걷다가 뛰는 검사였다.



검사결과 동맥경화였다.


죽상동맥경화.

목에 있는 경동맥은 뇌로 올라가는 혈관인데 많이 좁아져 있었다.

당장 혈관을 확장하는 시술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하셨다.


경동맥 혈관이 많이 좁아지면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동맥경화로 혈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흙을 밟으려고 산으로 가고,

채소와 나물 반찬을 즐기고, 늘 신체와 건강과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혈액순환을 위해 손바닥을 앞뒤로 치고 그러면 나와는 여러모로 생활취향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호두알을 손바닥으로 비비고 발밑에 지압판을 두고 일하던 연세 지긋하신 변호사님을 볼 때도

무언가 멋지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 동맥경화로 고기를 줄이고 채소와 나물반찬을 주로 먹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늘렸다. 내 심박수와 활동량을 체크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도 샀다.


길을 걸을 때면 흙길이 이니라 아스팔트길인 것이 아쉽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악력기와 지압슬리퍼를 검색한다.


돈의 원금을 쌓지는 않지만 생명의 원금을 쌓으려는 노력들은 대부분 세속의 눈으로 보기에 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며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갈비뼈 바로 옆 고기가 가장 맛있는 것처럼,

가만히 보면 어르신들은

삶의 본질인 그 갈비뼈 옆 고기에 근접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달이 아니라 찹쌀떡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