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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스팟 Jun 29. 2023

GA4 잔혹사 - 우리는 왜 데이터를 모으나요

GA든 GA4든, 데이터 수집을 시작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인드셋

이 글은 GA(GA4) 도입이나 데이터 수집을 완전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에 민감합니다. 광고 성과에서부터 시작해 서비스 유입 후 사용자들의 여정, 이탈률, 전환율, A/B테스트의 결과 등 사용자들의 모든 행동을 숫자로 표현하고, 그 숫자들을 전부 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구글과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사용자 데이터 제공을 제한하고, 크롬에서 쿠키 제공을 제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수많은 마케터들이 절망했습니다.

GA4 출시로 UA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들여올 때도 수많은 마케터들이 절망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가끔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채 그저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모으려고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비싼 서드파티 툴을 도입하고, 그 서드파티 툴을 우리 서비스에 맞게 세팅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들에 점점 둔감해집니다. 관심이 점점 떨어져 보지 않는 데이터가 생기기도 하고, 우리 비즈니스의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초기 세팅을 바꾸기가 어려워서 지금까지 수집해 오던 데이터를 그대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모으려고 하는 이유는 뭔가요?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했을 때 비로소 명확해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데이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을 도식화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개선했을 때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GA와 같은 데이터 수집/분석 도구를 사용하려고 하면, 이런 문제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사례 1. 요즘에는 GA를 쓰지 않으면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우리 서비스도 GA로 데이터를 수집하려 합니다. 일단 GA 연결을 했고, 광고 링크마다 utm도 달아 두었는데 막상 GA에 들어가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우리 서비스에 유입된 사람들의 경로만 쳐다보게 됩니다. 사실 광고에서 유입된 사람의 수는 굳이 GA가 없어도 볼 수 있습니다. 대체 사람들이 왜 GA가 좋다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사례 2. 데이터 분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직접 데이터 환경을 구축할 리소스는 없으니 외주를 맡겨서 세팅을 시작합니다. 알고 싶은 데이터는 많은데, 외주 업체는 그걸 다 보는 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어찌어찌 세팅도 마치고 대시보드도 잘 만들어 뒀는데, 대시보드에 있는 데이터 말고 다른 데이터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이벤트는 수십 개를 만들었지만 막상 이벤트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우리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데이터를 수집부터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서비스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예상 경로마다 이벤트를 설치하는 맥락적인 사고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연의 일치를 상관관계가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고,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우리는 ‘택소노미 설계’라고 부릅니다.


택소노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음은 제가 택소노미를 설계할 때 주로 사용하는 간단한 과정입니다.




1.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 목표는 측정이 가능해야 합니다. 커머스라면 구매, 컨설팅이라면 상담 신청, 서비스라면 구매 문의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구매 버튼 클릭’, ‘신청 완료 페이지 도달’과 같이 명확한 액션을 반드시 동반해야 합니다.


2.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처음 경험한 후 목표까지 가는 여정을 최종 목표에서부터 역방향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정의 목적은 고객이 ‘반드시 거쳐가는(혹은 거쳐가기를 원하는)’ 마일스톤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구매 여정의 가설을 실제로 도식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커머스를 예로 들면, <구매 ← 장바구니 담기 ← 찜하기 ← 회원가입 ← 상품 페이지뷰 ← 랜딩페이지 유입>과 같이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을 먼저 정리합니다.


3. 각각의 마일스톤을 추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장바구니 담기 = ‘장바구니 담기’ 버튼 클릭

  - 회원가입 = 회원가입 완료 페이지뷰


4. 이벤트를 세팅하고, 각각의 여정에 쌓이는 데이터를 관찰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를 한 번에 다 세팅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방금 구체화한 그 마일스톤만 정확하게 세팅하면 됩니다. ‘모든 페이지 각각에 얼마나 사람들이 들어오는지를 종류별로 다 보고 싶어’ 하는 식으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면 거의 대부분 시작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5. 더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벤트가 생겼다면, 왜 이 이벤트를 더 관찰하고 싶은지 고민합니다. 그 이후에 관찰하고 싶은 이벤트를 또 하나의 작은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고 1~3 과정을 반복합니다. 상품 페이지뷰 중 카테고리별로 데이터를 보고 싶다든지, 스크롤 비율을 보고 싶다든지, 중요한 건 내가 왜 이 데이터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왜 이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입니다.




데이터를 보는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는 것도 의미가 없을뿐더러,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좋지 않은 시작이 바로 ‘우리의 목표는 매출이다’ 하는 식의 의미 없고 모호한 목표 설정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GA 이벤트 택소노미 / UTM 관리 시트 템플릿을 공유합니다.

혹시나 질문이 있으시다면 메일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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