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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로다 Dec 07. 2020

호모 언택트,  예견된 미래를 마주한 우리

MBC <다큐플렉스> 1회 호모 언택트 편 리뷰

 언택트 시대, 코로나가 세계를 뒤덮음과 동시에 우리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됐다.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비대면·비접촉 방식을 의미하는 이 언택트는 대부분 코로나로 인해 불거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언택트는 이미 우리의 삶에 스며든 방식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더 이슈화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85%가 넘는 회사들이 부분 혹은 전체 원격근무를 하고 있고, 한정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회계컨설팅이나 특허청, 나사 등 굉장히 다양한 직군에서 원격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우리의 변화상황과 관심사에 알맞게 MBC에서는 새롭게 런칭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큐 플렉스>를 통해 언택트 시대가 만들어낸 우리 삶의 차이와 앞으로 나타날 변천사를 정리해 담아냈다. 다큐 플렉스는 먼저 우리의 피부로 와닿을 만큼 느껴지는 커다란 변화들부터 다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원격근무다.



근무자들도 만족하는 재택근무 시스템


 원격근무를 하는 전 세계 인터뷰이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원격근무, 대체 뭐가 좋나요?” 가장 공통적이면서도 먼저 나오는 대답은 ‘출퇴근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하루 평균 두 시간의 출퇴근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면 일주일에 10시간, 1년에 21.5일, 10년이면 215일이 출퇴근으로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된다. 출퇴근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껏해야 음악감상, 메신저, 잠자기 및 휴식의 시간일 텐데 너무 아까운 시간이 아닌가? 허나 원격근무에 반대하거나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한다. 근데 재택근무를 하면 사무실에서의 능률 그 이상, 아니 일단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기는 하는가?


 실례로 NHN에서 근무하는 준영씨는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 위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과연 집에서 근무하면 일에 능률이 생길지, 협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의사소통이 잘 될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그 속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찾아서 처리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다큐플렉스를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거시적인 근거와 미시적인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먼저 전 세계의 원격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격근무의 장점을 제시함으로써 원격근무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하면서 시작한다. 뒤이어 실제 원격근무자의 근무 과정을 밀착 인터뷰함으로써 원격근무의 장점이 실질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인터뷰 대상을 어떤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보통의 원격근무자 중 한 분으로 선정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인터뷰 대상이 겪고 있는 원격근무의 모습을 더 자신에게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들고 몰입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팩추얼 다큐멘터리인 만큼 다큐멘터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해 제시하려는 디테일이 인상 깊었다.



비용 절감, 인재채용에도 유리한 원격근무


 원격근무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택근무는 회사의 관점에서 큰 비용 절감을 불러오기까지 한다. 다큐플렉스는 사무공간 없이 원격근무만으로 운영되는 회사 스터디 파이의 예를 제시한다. 스터디 파이는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할 시 보증금, 전기세 등을 다 합쳐 1인당 월 단위로 50만 원 정도가 책정된다고 계산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직원이 15명일 때 750만 원, 이렇게 총 12개월 동안 지속한다면 9천만 원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놀란 스터디 파이의 대표는 모든 근무를 사무실에서가 아닌 원격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그러자 연간 9천만 원이라는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고 이 절약된 만큼의 돈은 전 직원과 함께 해외 워크숍을 떠나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택근무와 더불어 해외 워크숍이라니, 이러한 방식은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게 만들었다.


 과연 원격근무의 장점 여기까지일까? 그렇다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원격근무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예시로는 Toptal을 들 수 있다. Toptal은 회사 자체적 면접을 거쳐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선별하고, 그런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매칭시켜주는 회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회사에 지원하는 이들을 보면 아이비리그 수준의 아주 유능한 인재가 많고, 또 그런 이들이 물 밀려들듯이 지원을 한다. 그들이 Toptal에 몰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의 기업으로 취직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또 그로 인해 가족이 직장이 위치한 곳으로 다 같이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처럼 원격근무를 주요 근무방식으로 적용한다면 인재채용 시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주변 지역을 넘어, 또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된다.


 여기서 또 한 번, 다큐플렉스가 설명방식에 있어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바로 흐름에 맞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실제 예시와 함께 이해가 쉽도록 돕는 단순화 된 이미지를 동시에 제시한다는 점을 통해 느껴졌다. 원격근무와 회사 비용 절감의 연관성을 언뜻 떠올리기로는 ‘그리 큰 비용이 절감될까? 그래봤자 관리비 정도인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절감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을 제시함과 동시에 얼마나 절약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지표를 이미지로 보여주니 더욱 와닿게 된다. 또 Toptal의 경영 방식이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픽토그램을 통해 시각화하니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찬 내용과 동시에 간단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꾀할 수 있는 언택트로의 실질적 변화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봐왔듯 재택근무는 장점이 아주 많다. 이렇게나 좋은 재택근무, 미국에서는 85%의 회사가 시행하고 있었던 원격근무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못했던 것일까? 1998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통신에서 두 달 정도 연구를 목적으로 여러 회사에서 원격근무를 시행해봤다고 한다. 연구 결과, 원격근무를 통해 나타난 성과물도 괜찮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일 처리가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상사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이었다. 당장 내 눈앞에 없으니 지금 일을 하고는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진행 상황인지 알 방법이 없어 불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격근무는 그 자체의 문제가 크게 없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문화와 조직의 노력이 수반된다면 충분히 원격근무는 우리나라에서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원격근무, 재택근무로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비대면 언택트 시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무환경뿐만 아니라 교육공간과 주거환경까지도 바꿔놓기 시작했다. 교육공간의 변화는 예시를 들면서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창의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2.6m의 천장과 3m의 천장이 갖춰진 각각 다른 공간에서 공부를 진행했고, 공부가 끝난 이후 바로 창의력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러자 3m의 천장 아래서 공부한 학생이 2.6m 천장 아래서 공부한 학생에 비해 무려 2배 높은 창의력을 보였다. 여기서 두 천장 간의 차이인 40cm는 성인이 손을 뻗어서 닿지 못하는 정도의 길이를 말한다. 우리는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 있다면 (여기서는 그 40cm의 닿지 않는 공간) 그 공간에 대해서 창의력을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할 때 위를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원리에서 비롯된다.


 이 개념을 알게 된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인 학교를 떠올려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산업화와 대량생산의 여파로 나타난, 마치 교도소 같은 공간이 떠오르지 않는가? 공간에 대한 창의력은커녕 갇혀 사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때 당시에는 표준화된 교육을 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는 눈 깜짝할 새 변하고 있고 교육을 받는 세대 또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언제까지고 고리타분한 옛날의 모습에 머물 수는 없다. 이제는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점점 학교 교실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점점 생겨날 빈 교실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건축가 유현준 씨는 빈 교실을 방치하지 말고 그 공간을 부숴서 아이들을 위한 테라스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까지 아이들은 10분이라는 짧은 쉬는 시간 동안 3, 4층이나 되는 층들을 뛰어 내려간다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을 느끼고 어울릴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층에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높은 하늘만이 천장이 되는 테라스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교도소 같던 학교와 아이들의 모습은 완화될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 의견에 굉장히 공감하는 바다. ‘학교라는 교도소에 갇혀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와 같은 말이 괜히 여러 해 동안 유행처럼 회자되는 말이 아니다. 가뜩이나 많은 학생을 답답한 구조에 한데 모아두다 보니 교실은 닭장 느낌이 난다. 이제는 이처럼 낡은 교육현장의 모습을 바꿀 때가,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교육환경의 변화를 꾀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상황은 우리의 주거환경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닭장 같은 아파트에 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1.5배나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 또 앞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늘어난다면 더욱이 우리가 원하는 주거환경도 변화할 것이다. 집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보다 더 넓고 쾌적한 집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집 내부의 공간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코로나가 나타나면서 우리는 집안에서 답답하게 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이 그리워졌다. 그러니 아파트 내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사적인 공간, 즉 햇살도 느끼고 식물도 키울 수 있는 적정 크기의 발코니가 필요해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보통의 한국 아파트에는 이런 발코니가 생기기 힘들다. 아파트를 죄다 벽식구조로 만들다 보니 설령 불필요한 방이라 허물고 싶다고 하더라도 쉽게 벽을 허물 수 없다. 기둥식 구조라면 쉽게 방의 구조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거주환경은 기둥식 구조로도 많이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영상의 길이가 길다 보니 모든 장면을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다큐플렉스 호모 언택트 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전문성 있는 전문가들을 대표적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배우 박해진 님이 진행자로 중간중간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흐름을 이끌어갈 뿐, 실질적인 이론 설명은 인터뷰 및 조사를 맡은 PD님과 관련 지식을 지닌 건축가·교수님이 화자가 된다. 듣기 좋은 목소리의 성우나 인기가 많은 스타가 대본을 읽으면서 설명해주는 것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직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준다.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던 언택트 시대로 인한 변화,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의 삶 속에서 직접적인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했던 근무환경도 교육공간도 주거지도 모두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 <다큐플렉스>의 호모 언택트 편을 맡은 감독님조차도 언택트 시대가 이렇게나 빨리 도래했는지 몰랐다며,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우리 사회의 변화속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가 맞이하는 새로운 변화와 문화는 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이며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첫 번째 세대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대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감독님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라고 한다. <다큐플렉스> 호모 언택트 편을 보면서,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언택트의 미래에 대응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지, 또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떤 부분이 더 크게 변화할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잘 짜인 팩추얼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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