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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로다 Jan 14. 2021

명배우들이 꼽은
명작 영화 톺아보기

#스포일러주의 #숨어서보는명작 #출발비디오여행

 명작 영화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호소력 짙은 배우의 연기, 몰입감을 주는 연출, 감정을 자극하는 BGM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영화에 직접 출연하여 모든 연출, 의도, 섬세한 감정을 알고서 연기하는 ‘배우’라면 영화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지 않을까? 또 명작이지만 여럿이서가 아닌 나 혼자 숨어서 보고픈 영화를 꼽자면 배우들은 어떤 영화를 고를까?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는 ‘숨보명’ 코너를 통해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 명배우들이 숨어서 볼만큼 의미 있게 느꼈던 영화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영화를 고를 때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늘 고민했다면 숨보명을 통해 배우들이 강력추천하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부터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과 줄거리를 통해 도출해본 대표적 키워드(#)로 배우들이 고른 숨보명을 분류해보겠다. 키워드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분위기에 따라 영화를 골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따뜻한 #어쩌면만인의명작 을 대표적 키워드로 정해보았다. 바로 배우 공찬 님이 소개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낱낱이 파헤쳐보자.


 공찬 님은 주로 생각에 잠길 때 포레스트 검프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개봉할 당시인 1994년에 공찬 님은 두 살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본인보다 어린 나이의 시청자들이라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영화 같아서 포레스트 검프를 숨보명으로 꼽았다고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굽은 등 때문에 보조장치를 달고 살아가야 하며 아이큐가 75에 불과한 주인공의 이름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검프를 특수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치열한 노력 끝에 검프를 일반 학교에 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등교 첫날부터 아이들은 어딘가 남들과 달라 보이는 검프를 배척하였고, 당황한 검프를 옆자리에 앉힌 건 따뜻한 소녀 제니였다. 그 이후로 제니와 검프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는데, 공찬 님이 뽑은 명장면은 이후 제니가 검프를 도와주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한 장면이었다. 친구가 있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데도 검프를 계속 괴롭히던 친구들은 어느 날 급기야 검프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보조장치에 의존해 걸음걸이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제니는 검프를 밀며 뛰라고 외쳤다. 그런 제니의 말을 믿고 한 걸음씩 빨리 내딛다 보니 어느새 마법처럼 보조 장치가 하나하나 풀리면서 검프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빨리 달리게 된다.


 “넌 남들과 똑같아. 하나도 안 달라.” 영화의 첫 부분에서 검프의 어깨를 잡으며 굳건하게 외쳤던 어머니의 말처럼, 검프가 부서지는 장치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앞으로 달리는 모습은 그동안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게 했던 배경과 억압을 떨치고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것 같다. 검프는 위의 에피소드 이후로도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성취를 이뤄나간다. 공찬 님은 스스로 고민이 많거나 무언가 망설여질 때, 이 영화를 보면서 뒤숭숭한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잘 찾아 나가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옛날 영화지만 힘을 주는 메시지를 담아 누군가의 마음 한편에 계속 남아있는 영화라면 정말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끝 무렵에 검프의 어머니가 검프에게 건넨 명언이 있다. ‘너의 운명은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릿 같단다. 뭐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이처럼 따뜻한 한마디 위로와 깊은 울림을 느끼고 싶을 때 공찬 님이 추천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좋을 것 같다.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숨보명 코너를 통해 공찬 님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엿볼 수 있었고, 본인의 사례에 영화장면을 빗대어 설명하다 보니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대개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응해왔겠지만, 이 숨보명 코너를 통해서는 출연작을 떠나서 배우가 영화를 즐길 때 자신만의 중시하는 포인트와 가슴 깊이 와닿았던 부분을 직접 설명해준다. 짜여진 대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를 좋아하는 팬들도 그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영화를 접하고픈 영화광들도 줄거리와 함께 흥미로운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으니 여러 의미에서 뜻깊은 기획 코너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사랑의과정 #전형적이지만현실적인 을 키워드로 하는 영화다. ‘먼 훗날 우리’배우 한지민 님이 고른 숨보명으로,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느끼면서 펑펑 울고 싶은데 누군가 옆에 있으면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숨어서 혼자 보고 싶은 영화로 골랐다고 한다. 먼 훗날 우리의 줄거리와 함께 어떤 영화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 만남은 기차에서 시작된다. 기차표를 잃어버려 역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여자주인공 샤오샤오는 기차표를 찾아준 남자주인공 젠칭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만난 그들은 기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며 추억을 쌓다 보니 고향에 도착해서까지도 계속 동행하게 된다. 이후에도 둘의 인연은 쭉 이어지지만, 그 인연의 끈은 연인으로서 이어지지는 못하게 된다. 샤오샤오는 남자친구를 젠칭에게 소개하고, 젠칭은 술자리가 끝난 후 샤오샤오에게 마음속으로 들었던 의문을 던진다. “너한테 잘해줘? 어떻게 잘해주는데? 하늘에서 별도 따주고 바다에서 진주라도 캐다 준대?” 그때 이후로 젠칭이 신경 쓰이게 된 샤오샤오는 시간이 지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는 젠칭의 위로를 받으며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다음 날 아침, 샤오샤오는 사라지고 말았고 젠칭은 혼란스러워한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연인으로서 맞이할 수도 있는 이별의 결말을 생각하게 되고,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샤오샤오. 이후 영화 내 여러 가지 서사와 흐름에 따라 연인관계가 되지만, 사랑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샤오샤오는 젠칭을 떠나게 된다. 젠칭은 떠나는 그녀를 잡기 위해 달려가지만 열려있는 지하철 문 앞에서도 끝내 샤오샤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한지민 님은 이 장면을 보면서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데서 오는 자괴감과 미안함에 크게 공감이 되어 가슴 한구석이 매우 저렸다고 한다.


 기차에서의 기차표 분실사건, 남사친의 질투와 썸, 궁핍한 삶에서 오는 관계의 변화…. 어찌 보면 전형적인 클리셰로 가득 찬 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형적이기에 또 가장 현실적인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부터 끝나는 과정까지의 서사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속에서 배우들의 사랑에 빠진 표정과 서로에게 지친 표정, 또 그 표정과 함께 표현하는 대사의 깊이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지민 님은 코너를 마치며 ‘사랑을 향기로 남기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별의 형태가 어떻든 이별이란 참 아프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아픈 시간으로 인해 좋았던 시간까지 퇴색시키고 싶지 않기에 그때의 향기로 남기고 싶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먼 훗날 우리’를 보고 나서 다시금 이 말을 곱씹어보면 그 의미가 더 깊게 와닿을 것 같다. 마지막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영화의 첫머리에서 드러나는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은 퇴색되기엔 아까울 만큼 소중하고 행복했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한지민 님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과 공감이 가는 장면에 대해서는 ‘숨어서 보는 명작’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알기 힘들 것이다. 인터뷰는 실제로 영화 속 장면을 보면서 진행됐는데, 특히 한지민 님은 두 사람이 껴안으며 웃는 장면을 보면서 마치 공감하는 듯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서로의 온기로 인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해 보인다고, 본인도 사랑을 한다면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며 말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할 때 어떤 사랑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보편적인 대답 혹은 두루뭉술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실제 영화장면에서 본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배우가 추구하는 사랑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숨보명만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배우가 왜 이 장면을 좋아했는지, 또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가 단박에 와닿았다. 신박한 인터뷰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삶의희망을찾아서 #코미디같은사회비판영화 를 키워드로 하는 영화다. 바로 ‘김씨 표류기’인데, 특히나 배우 소주연 님은 이 영화를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꼽을 정도로 크게 추천했다. 어떤 내용일지, 또 그 속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함께 알아보자.


 영화는 한강 다리 위에서 자살 기도를 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신용불량자의 신분으로 세상을 등지고 뛰어 내려보지만 기막히게도 물살에 떠밀려 한강의 밤섬에서 눈을 뜨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조난상황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섬에 적응하게 된 김씨는 결국 세상과 단절된 섬에서의 생활을 영위하려 한다. 이와 비슷하게도 섬은 아니지만, 방안에서 표류하는 또 한 명의 김씨가 있었으니, 바로 여자 김씨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은둔생활을 하는 그녀는 세상 밖을 카메라로만 바라본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자 김씨가 모래사장에 써놓은 구조신호를 보게 된다. 이후로 남자 김씨가 살아가는 생활을 엿보는 게 일상이 돼버린 여자 김씨는 그와 병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특히 이 영화 속에서 소주연 님이 뽑은 베스트 명장면은 남자 김씨의 위기 상황 파트였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태풍으로 인해 그동안 일궈놨던 섬에서의 모든 성과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버려진 오리배를 주워 하나하나 꾸미면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던 김씨. 그런 김씨의 꿈과 같은 오리배는 태풍으로 인해 떠내려가려 하고, 이때 소주연 님은 김씨가 오리배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눈으로 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에 많이 놀랐고, 본인은 그런 연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씨 표류기에는 위의 명장면 이외에도 각자의 인생에서 삶의 희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장면이 많다. 소주연 님은 삶을 회피하고 싶을 때, 너무 인생이 힘겨울 때 잔잔하고 소박하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희망찬 김씨 표류기를 볼 것을 추천했다. 이렇게 스타가 추천하는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더욱 많은 사람이 이 김씨 표류기에서처럼 표류하며 각자만의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또 다양한 이유로 삶의 방향을 잃어버려 무기력해졌다면 김씨 표류기를 보면서 내 삶의 희망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나열한 위의 작품들에 관심이 생길 정도로 이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출발! 비디오 여행>의 숨보명 코너를 챙겨보자.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감독, 스텝 등 여러 영화인이 소개하는 최애 영화를 거의 매주 추천받을 수 있으니 그동안 영화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또 뻔한 영화는 더이상 싫다면 MBC에서 일요일 낮 12시 5분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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