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성경읽기 8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성경 속에 표현된 이 간결한 동사표현이 오히려 더 강하게 마음속에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소명을 받고, 현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극적인 순간들이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표현되다니. 예수님께서 부르시는 제자들 시몬,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그들은 호수에 그물을 던지며 생업에 몰두한 평범한 어부였을 뿐인데, 예수님께서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셔서 보시고, 부르셨어요. 그들이 예수님의 과업을 함께 수행하기에 마땅한지 시험도 해보시지 않고 첫마디가 그저 따라오라고 하시네요. 너희들의 가능성을 난 다 알고 있으니, 의심하지 말고 그저 나와 함께 하자고 하십니다. 대단한 스펙을 쌓고 난 다음에 그분 앞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의 모습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말을 듣고 제자들도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따라나서요. 그물 없으면 도대체 무엇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그렇게 따라나선 것인지 대책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살면서 가족, 직업, 생계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고 여기는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이 모든 것보다 앞서 중요한 그 무엇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이 살면서 가슴속에 늘 품었던 것, 모든 것에 앞서 존재하는 그것은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었겠죠. 이에 대한 갈급함으로 현생을 살았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 깨달음과 부르심이 오는 순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단순할수록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는 큰 결심이라 할지라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겠죠. 어쩌면 그것이 오랫동안 소망하고 바라는 모습이었기에 그 순간을 기다렸을 수도 있지요.
진리에 목말랐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곧바로 자신의 모든 것과도 바꿀 정도로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제자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잘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었던 제자들. '사람 낚는 어부'로 선택받는 그 순간을 꽉 잡고 행동으로 옮긴 제자들. 살면서 그런 확실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내 안에 욕심이 다양하게 들어차 있다면, 이것저것 계산하느라 그 아름다운 순간을 매번 놓치지 않았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두치오의 그림은 중세시대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원근법이 지켜지지 않은 평면적인 그림입니다. 마치 오늘의 성경말씀처럼 단순하기 때문에 의미전달이 더 확실하게 느껴지네요. 예수님의 겉옷의 나풀거림을 흰 선 하나로 표현한 것 보세요. 바다와 하늘은 아주 단순하게 양분되어 있고요.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극적으로 더 잘 드러나는 듯합니다. 손을 내미는 예수님의 손이 부끄럽지 않게 손을 들어 화답하는 제자들의 모습도 정겹네요.
바로크 시대 대표화가 카라바지오의 그림을 볼까요? 명암법의 대가답게 등장인물의 얼굴로 비치는 빛이 그림에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수님의 얼굴에서 확고함이 느껴집니다. '나 너희들 선택한 거 절대 후회 안 하거든? 어서 따라와!'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베드로의 오른손은 예수님께 펼쳐져 있지만 아직 왼손에는 물고기를 놓지 못하고 있네요. 물고기를 내려놓기 전에 무언가 여쭤보려고 하는 듯해요.
제배대오의 아들 둘,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가 곁에 있음에도 예수님을 뒤따라 나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 옆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보이네요. 야고보와 요한은 형제라고 머리스타일까지 비슷합니다. 요한이 꽃미남으로 알려져 있던데 그래서일까요, 보라색 겉옷을 입은 요한의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아름답게 그려져 있네요. 뒤로 보이는 터번을 두른 이방인들이 삯꾼으로 보입니다. 삯꾼을 둘 정도로 재력 있는 집안의 도련님이었을까요? 역시나 르네상스의 분위기와 함께 그림의 배경에 풍경이 드리워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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