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마이너한, 그러나 무한한 그들만의 학문
나는 기본적으로 신학자이자 역사학자가 되고 있는 중이다. 신학을 공부하며 석사학위를 2개 받았다. 나머지 하나는 중간쯤 하다가 그만 두었다.
소개글에서 있다 시피 나는 목사가 아닌 평민이다. 그러나 신학이라는 학문에 궁금증이 컸다. 일단은 기독교 경전인 성경을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고, 그것을 읽으면서 깨달아지는 어떤 것이 정말 좋았다. 학위가 없는 상태로 성경을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쳤었고, 반응은 좋았다. 그래서 이 일을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석사 공부를 한 번 했다. 암기력이 딸렸던 탓에, 성경귀절 200개를 외워야 합격할 수 있는 고려신학대학원이라는 학교에 지원을 했다가 성경시험과락을 해 버렸다. 같은 해 나의 학부 모교였던 숭실대에서 성서신학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때가 2014년 이었다.
공부는 아주 즐거웠다. 텍스트를 붙들고 그 텍스트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 지에 대하여 아주 집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려신학대학원에 1년 6개월간 다닐 때에는 같이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많아 좋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리고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 성경은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 등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교단의 신학교라는 한계는 다소 경직된 사람들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교단의 향취 속에 흠뻑 빠질 수도 있는 즐거움도 있었다. 우리가 남이가 식의 커뮤니티는 한 편 갑갑하기도 하지만, 또 뭔가 모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은 하나님에 대한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신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신학인데, 하나님은 무한하시고 그 능력에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계시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주된 신학의 작업이다. 이 주된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해 나간다는 또 아주 큰 매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사실 신학이라는 것이 목회자 자격증을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그래서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학문이라기 보다는, 실제 목회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신학이었다. 나도 그런 식으로 신학에 접근을 했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에 와서 신학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사실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신학을 공부하였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앞날과 돈이 나의 머리를 주로 사로잡는데, 신학은 무한하고 끝없는 영원의 세계에 계시는 하나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도 짧은 시간 있다 가는 존재로 그 의미를 어느정도 축소시키는가 하면, 또 인간의 삶을 무한한 사랑과 연결시키며 짧은 인생에서의 의미를 찾게 하기도 한다. 이런 작업은 약 1000페이지 정도에 달하는 성경을 공부함으로 시작된다.
나는 지금 신학작업은 하지 않고 있고, 역사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내 가슴속에는 신학작업에 대한 애정이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