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마왕, 힘을 되찾기 시작하다
꿈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순간, 마왕 발두르는 본능적으로 눈앞의 풍경에 말을 잃었다.
“… 이게… 꿈이란 말인가?”
세상은 말 그대로 ‘포근함의 대지’였다. 온 땅이 이불처럼 폭신했고, 산맥은 쿠션을 쌓아 올린 것처럼 부드럽게 솟아 있었다. 하늘에서는 식혜 냄새가 나는 바람이 흐르고 있었다. 교주는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여긴 노곤님의 1차 무의식 층입니다. 평소 노곤님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죠.”
마왕 : “… 편안함이 이불 산맥이라니. 전성기 시절 난 피의 강을 건넜다네.”
교주 : “노곤님은 식혜 강을 건넙니다.”
정면에서 찰랑—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식혜의 강이 거대한 폭포처럼 흐르고 있었다. 발두르는 입을 벌렸다.
마왕 : “저 식혜 강은 무한히 흐르나?”
교주 : “네. 노곤님이 먹던 식혜의 양을 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발두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꿈도 무섭군.”
그러나 풍경은 평온했지만, 꿈속의 존재들은 평온하지 않았다. 깊숙한 곳에서 둔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르르… 조용…”
이불이 솟구쳐 오르며 거대한 형태로 변했다. 베개 두 개를 눈처럼 달고, 이불을 둘러 덮은 채 나아오는 괴물.
“베개 골렘이다! 피하세요!”
교주가 외쳤다. 베개 골렘은 팔 대신 이불을 휘둘렀다. 그 힘은 말도 안 되게 강했다.
펑!
이불이 스치는 순간, 공기가 포근하게 폭발했다.
발두르는 땅을 딛고 손을 올렸다. 그리고 오래전 잊었던 기운을 죽 끌어올렸다.
“… 공포의 마력아… 아직 남아 있나 보자.”
손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의 능력의 일부가 되살아났다.
콰징—!
발두르는 검은 파동을 던져 베개 골렘을 벽처럼 밀어냈다.
골렘은 푹신한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교주는 환하게 웃었다.
“마왕님! 보셨습니까? 꿈속에서는 힘이 돌아옵니다!”
발두르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힘이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마왕… 다시… 돌아올 수 있겠군.”
그때, 땅이 진동했다. 발두르는 교주에게 물었다.
“… 저건 또 뭐지?”
교주는 식혜 강 저편을 가리켰다.
“저건 ‘엔드리스 낮잠의 초원’과 연결된 수문입니다. 노곤님에게 방해가 되면—”
초원이 흔들렸다. 공기가 달라졌다. 어딘가에서 낮음 낮은 울음이 들렸다.
노곤 : “으으으… 잠…”
발두르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왕 : “… 노곤인가?”
교주 : “아닙니다. 그의 꿈의 ‘감정 파동’입니다. 우리가 너무 깊이 들어와서 꿈이 일시적으로 반응한 거죠.”
초원에서 다시 폭풍이 일었다. 발두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 공포를 먹는 존재가 있다면 내 역할이 있겠지.”
그는 이불 산맥 너머, 노곤의 무의식 더 깊은 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걸음을 내디뎠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