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균열로 내려가다

26. 어둠 속에서 등장한 정체 모를 그것

by NaeilR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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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산맥을 넘어서자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포근함이 줄고, 구조가 복잡해지며, 곳곳에 ‘현실의 그림자’가 섞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 미루어둔 숙제들, 버리려다 못 버린 잡동사니, 읽다 만 책, 태그도 떼지 않은 이불,

모두 중구난방으로 널려 있었다. 발두르는 속삭였다.

“… 여긴 혼돈의 세계로군.”


교주는 조심스럽게 쓰러진 알람시계를 피하며 말했다.

“노곤님의 ‘정리되지 않은 기억’의 층입니다.”


그 시계는 윙— 하고 울지도 않았는데 멀리서 노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싫어… 깨우지 마…”


그 말 한마디에 층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발두르는 벽을 짚으며 버텼다.

“이건… 마왕성을 날려버린 그 음성의 축소판이군.”


교주 : “맞습니다. 노곤님의 무의식은 감정에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마왕 : “그런데 이상하군.”

교주 : “뭐가 말입니까?”

마왕 : “이 층에서… 내 그림자의 냄새가 난다.”


교주는 긴장했다.

교주 : “… 그림자…를 맡을 수 있습니까?”

마왕 : “마왕의 그림자는 내 분신이지 않나. 어딘가… 이 어둠 속에 있다.”


교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노곤이 ‘잠을 계속 자야만 했던 진짜 이유’.

그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두르의 그림자는 노곤조차 손댈 수 없는 ‘위험한 힘’이었다.

“마왕님의 그림자가… 이 층에 있는 건—”


교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바닥이 스르륵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서늘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발두르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 이건… 내 것이 아니다. 노곤의 무의식이 아니다. 더 깊은 어둠…?”


교주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왕님…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노곤님도 들여다보지 않은 층입니다.”


발두르는 무언가에게 끌리듯 그 어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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