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노곤의 꿈속으로 진입
잠의 교단 지하 깊숙한 곳.
기록에도, 지도에도 남아 있지 않은 봉인된 계단 아래에는 오래된 촛불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교주는 마왕을 이끌고 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발두르는 무거운 허리를 붙들고서도 묵직한 걸음으로 따라 내려갔다.
“허리만 아니면 훨씬 멋있었을 텐데…”
교주가 혼잣말처럼 중얼대자, 발두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왕 : “뭐라고 했나?”
교주 : “아무것도 아닙니다. 파스는… 잘 붙어 있군요.”
지하 공간은 미묘하게 따뜻했다. 노곤의 꿈의 기운이 현실까지 새어 나오는 탓이었다.
벽면에는 잠을 상징하는 오래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알 수 없는 코골이 파동이 잔잔히 울렸다.
발두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 코골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고?”
교주는 대답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노곤님은 지금 17시간째 수면 중입니다.”
찰칵—
바닥이 흔들리며 거대한 원형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과 빛이 동시에 흐르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문이었다.
문 틈에서는 식혜 향이 섞인 포근한 바람이 새어 나왔다.
마왕 : “저게… 노곤의 꿈으로 들어가는 문인가?”
교주 : “네. 꿈의 문입니다. 무의식 깊은 층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죠.”
발두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두려움, 기대, 옛 기억…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때 교주가 조용히 말했다.
“마왕님. 꿈속에서는… 모든 감정이 힘이 됩니다.”
마왕 : “감정이라… 나에겐 오래 전의 분노밖에 없을 텐데.”
교주 :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마왕님의 전성기—그 공포의 기운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교주는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노곤의 무의식과 접속하는 의식이었다.
“잠의 근원과 무의식의 문이여, 우리에게 길을 열어라…”
문이 천천히,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떨리며 갈라졌다. 문 안쪽에서는 거대한 침대 같은 대지가 흔들렸고,
이불 산맥의 그림자가 천천히 물결쳤다. 그리고 그 순간—
노곤의 꿈결 속에서 아주 미세한 코 골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끄으으… 흐으윽…”
마왕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왕 : “저걸 상대해야 한다고…?”
교주 : “네. 하지만 꿈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교주는 문틈을 가리켰다.
“현실의 노곤은 ‘혼돈의 신’에 가깝지만 꿈속에서는 무의식이 방황하고 흔들립니다. 그 틈을 노리면 됩니다.”
발두르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 좋다. 여기서라도 나는 다시 마왕으로 돌아가겠다.”
마왕은 허리를 살짝 곧게 세우고 걸음을 내디뎠다. 꿈의 문을 향해.
그때 그의 그림자가 바닥에서 또 한 번 미세하게 떨렸다. 발두르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교주는 그 흔들림을 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 저건… 뭐지? 마왕님의 그림자가… 스스로 움직였는데…?”
그러나 지금은 물어볼 때가 아니다. 세상은 잠들었고, 두 사람은 그 잠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 문이 ‘쿵’ 하고 닫히며 꿈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