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일관성
배경 :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갑자기 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시종일관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게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발전이 없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관성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 맛이 변했다!
내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다. 혼자 먹는 맛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추억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식당을 소개한다는 건 나의 기쁨과 자부심을 나누는 일과도 같다. 하지만 가끔 예전엔 감동적이었던 집이 다시 찾았을 때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해 있을 때가 있다. 얼마 전의 그 집이 그랬다. 맛집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던 을지로3가의 노포, 그곳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중식당이 아니었다. 물론 변화가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어제의 메뉴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꽃빵 속에 소를 살짝 바른 것 같이 형편없던 만두, 공보계정은 고추기름탕이 되어 매콤함보다 느끼했고, 견과류는 바삭함을 잃었고, 닭고기의 튀김옷은 흘러내렸다.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였다. 종업원이 메뉴를 모르고 있었을 때 싸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음식이었다. ‘주인이 바뀔 거면, 차라리 문을 닫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을 잃은 안타까움보다 내 소중한 추억이 사라졌다는 게 아쉬웠다.
□ 갑자기 변하는 건 없다.
내 지인 중에는 오랜 흡연자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금연한 사람이 있다. “이게 된다고?” 싶을 만큼 놀라웠다. 나도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담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변화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보이지 않은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일도, 관계를 정리하는 일도 사실은 오랜 내면의 고민과 준비 끝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일 할 때는 하루종일 일만 생각하는 편이다. 심지어 잠잘때도 일하는 꿈을 꾼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대부분 답이 나왔다. 이것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계속 시뮬레이션을 반복해 온 결과이다. 그래서 어제 그 식당의 변화가 더 놀라웠다. 73년 전통의 가게가 이렇게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그 가게가 문을 닫게 되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변화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결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일관성과 발전 사이에서
한결같다는 건 지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힘이 있다. 반대로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멋져 보이지만, 그 속에는 방향을 잃을 위험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일관성이 언제나 미덕인 건 아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패륜적 범죄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일관성이 발전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여전히 관계 속에서 서열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한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름과 직업, 그리고 나이를 먼저 물어보았다. 그것이 상대를 이해하는 첫 단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사람들은 나이를 먼저 묻지 않는다. 서열보다 존중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나이가 깡패라고 믿는 세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발적 ‘욕벌러’들은 자기 잘못을 지적받으면 가장 먼저 나이를 묻는다.
인간이 인생을 살며 가장 값싸게 얻을 수 있는 건 ‘나이’뿐이다. 숨만 쉬어도 나이는 먹는다. 과거엔 어른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가장 값진 정보였기 때문에 그들을 공경하는 것이 생존의 지혜였다. 그들의 일관성은 곧 사회의 질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경험은 검색보다 느리다. 어른들의 노하우는 더 이상 권위가 되지 못하고, 그들의 일관성은 때로‘무능한 고집’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지속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진짜 일관성이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견디며 자신을 유지하는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은 노력에 의해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