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쉼이 필요해
3월부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달려왔던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쏟아지는 비와 함께 방학식을 하게 되었다. 방학식을 하는 날은 항상 그렇듯이 학생들을 집에 보낼 때까지 화장실 한 번 갈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지나간다. 방학식날 학생들 입장에선 수업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담임교사는 챙길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 그런 날이다.
1,2교시는 정상수업. 3교시는 방학식이었는데 마침 방학식날 오후부터 음악실 방음공사 철거팀이 시공을 위해 작업을 하러 들어오는 날이어서 나는 급하게 음악실의 악기와 물건들을 전부 다른 교실로 옮겨야 했다. 1교시엔 다행히 수업이 없어 갑자기 오늘 아침에야 해외여행을 간다는 학생의 해외여행 신고서를 작성하고 2교시엔 우리 반 아이들의 손을 빌려 음악실 물건을 다른 교실로 옮겼다. 나 혼자 하면 1시간을 족히 해야 할 일을 25명이 가서 하면 5분이면 끝나니 이럴 땐 아이들의 손길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3교시엔 교과우수상 수여,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인성부장님의 안전지도, 성적표 배부, 2학기에 있을 스포츠반 편성, 사물함과 서랍정리, 거기에 담임으로서의 당부.. 이런 것을 다 하다 보면 한 시간도 모자라다 싶을 때도 있다. 방학식날엔 아이들의 표정도 밝고 나 또한 마음이 가벼워 모두들 즐거운 날이다.
교과우수상을 한 장 한 장 줄 때마다 성심껏 박수를 쳐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으로 예쁘고 아이들의 그런 작은 격려와 배려가 참 보기 좋아 아이들에게 정말 보기 좋은 태도라고 칭찬을 해 준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의 좋은 점은 학급에서 조그만 칭찬할 점이 있어 누군가를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면 다들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박수를 쳐주며 서로를 잘 격려한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비단 성적이 잘 나왔을 때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뜻밖의 인물이 교내상을 수상했다든지, 공부에 전혀 흥미가 없던 아이가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잘 받았을 때, 누군가가 선행을 베풀어 칭찬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격려하고 손뼉 쳐 주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어 누구라도 칭찬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따뜻한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성적표를 나눠주며 아이들의 성적을 유심히 보며 성적이 많이 떨어진 학생이나 많이 오른 학생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 주고 핸드폰을 나눠주고 교실을 정돈한 후 인사를 하며 즐거운 방학이 시작되었다.
요즘 비가 많이 와 창문을 아래위로 꼭꼭 잠그고 교실 뒷정리를 하는 것은 담임의 몫이고 단정하고 빈 교실을 뒤로 나도 한 달간의 방학에 들어간다.
나는 학교생활을 매우 즐거워하는 교사이고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사람이다. 수업도 재미있고 담임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을 완전히 잊고 주말을 편안하게 쉬고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왠지 표정도 밝아 보이고 피부도 좋아 보이다가 금요일쯤 되면 얼굴도 흙빛이고 미간엔 항상 주름이 가있는 걸 보면 아무리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해도 여긴 직장은 직장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학기말에는 체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감기와 몸살을 번갈아 하는 것을 보면 이제 방학을 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오전에는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어 조용히 글을 쓰고 방학 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내 친한 동료는 이번주까지는 계속 학교에 나와서 생기부를 작성한다고 했고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 또는 국가고시 감독으로 방학을 바쁘게 보낸다. 나는 학기 중에 주로 새벽에만 하던 공부를 좀 더 많은 시간 할 생각이고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연수 신청을 하고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7월말에 방학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학교업무를 마무리하고 그 후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보려고 한다.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지만 선생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쉼은 꼭 필요하다.
여름방학 제1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