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눈 백내장수술을 한지 꼭 두 달 만에 오른쪽 눈도 마저 했다.
한쪽만 했을 땐 몹시 불편했다.
심한 근시였던 탓에 수술한 눈만 시력이 좋아져 의도치 않게 부등시가 됐다.
각각의 눈에 맞는 렌즈로 교정해 안경을 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각 눈에서 받아들이는 빛을 처리하는 과정이 너무 차이가 나 몹시 어지러웠다.
차라리 안경을 벗고 사는 게 편했지만, 뭔가를 자세히 봐야 할 땐 불편했다.
의사 선생님도 시력 측정 결과를 보고 나서 안경을 처방할 수 없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은 눈도 백내장이 있긴 하지만 당장 수술할 정도는 아니니 경과를 보면서 조치하자고 했다.
두 달여를 안경을 쓰지 못해 거의 시각 장애인처럼 지냈다.
책을 볼 수도 TV 시청도 할 수 없었다.
운전은 엄두도 못내 정비할 시기가 도래했는데도 서비스센터에 갈 수가 없었고, 정기검사 통보가 왔지만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의사 선생님께 나머지 눈도 수술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안타까웠는지 날짜를 잡아 주셨다.
수술을 하고 하루 만에 수술한 눈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근시는 교정하지 않았지만 워낙 눈이 나빴던 탓에 백내장수술만으로도 눈이 밝아졌다.
일주일 후에 안경을 맞추었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눈이 맑아지니 마음도 맑아졌다.
노안도 어느 정도 교정되었다.
책을 보니 돋보기가 없어도 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젊은 시절처럼 독서를 많이 할 순 없지만 읽고 싶은 책을 편히 읽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시야가 트이니 운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루어 두었던 자동차 검사도 앞당겨 받았다.
날씨가 추워져서 차로 출퇴근도 하였다.
환갑이 되니 몸 이곳저곳의 내용연수가 다 되었나 보다.
건강검진을 해보면 이상징후가 곳곳에 나타난다.
다행히 나는 젊었을 적부터 몸을 함부로 놀리지 않아 비교적 탈이 적은 편이다.
내성적인 기질 탓에 사교활동이 적었던 것도 한 몫했다.
술이 약해 오래전부터 약한 술 외엔 거의 마시지 않았다.
담배는 40세가 되던 해에 천식이 와 끊었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고 다행스러운 처사였다.
체력이 점점 약해지는 느낌은 들지만, 20년 넘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 신체활동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 아픈 곳은 없는데 신체 이곳저곳의 기능이 떨어졌다.
노안이 오고 백내장이 왔다.
치아가 많이 닳았는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린다.
시큼한 과일과 딱딱한 음식은 나도 모르게 멀리 하게 됐다.
전립선이 비대해져 소변보기가 불편하다.
자다가 깨 화장실을 다녀오는 횟수가 늘었다.
운동할 때마다 무릎관절도 시큼거린다.
등산을 안 한 지 벌써 몇 년이 됐다.
다 노화현상이다.
다행히 의술의 발달로 보완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예전에 어른들이 이곳저곳이 불편해도 참고 살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세상은 좋아졌다.
그렇다고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 난다.
이상이 없을 때 관리를 잘해 두어야 나이 들어도 걱정을 덜 한다.
나는 이제 몸을 튼튼하게 유지하기보다는 쇠퇴한 신체기능을 고치는데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생활비 중에서 무엇보다 의료비가 많이 들 것이다.
정년퇴임을 하는 올 연말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3년 후까진 소득이 별로 없으니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
퇴직 후엔 아내와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하며 살리라 꿈꿨는데 막상 닥치니 그림의 떡이다.
뭘 하든 몸을 움직이면 돈이 드는 일이다.
노후의 성적표는 건강검진표와 재무제표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니 실로 와닿는 촌철살인이다.
돈을 더 벌어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퇴직을 하더라도 용돈 정도만이라도 벌 수 있게 어떻게 해서든 재취업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