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가 44세와 60세 두 차례에 급격히 노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신문에서 읽었다.
내 나이 올해 딱 60이다.
요즘 꾸준히 해오던 근력운동을 할 때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싶었던 게 우연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60살이 되고 보니 몸만 쇠락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나약해져 간다.
몸과 마음이 시원찮으니 생각도 부정적으로 흐른다.
주변 사람에 대한 서운함, 세상만사에 대한 못마땅함, 인생의 부질없음,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근래에 들어 부쩍 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일까?
남은 삶은 어떻게 꾸려야 할까?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는데, 앞으로의 생은 마음 가는 대로 그냥저냥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만사가 귀찮아졌다.
최소한의 소일거리로 일상을 버텨내고 있긴 하다.
습관처럼 운동을 하고 플루트와 대금을 연습한다.
영어 듣기도 해 보고 독서도 해보지만 건성이다.
그럭저럭 몸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을 따름이다.
형편이 이러니 일상이 지루하다.
매일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하루하루가 지향점 없이 지나간다.
날이 바뀌어도 무의미할 뿐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뭔가를 찾아야 하는데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더러 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내 마음속의 검열관이 나타난다.
'그걸 해서 뭘 어쩌겠냐'며 퇴짜를 놓는다.
사유는 단순하다.
'귀찮아서'이고 '부질없어서'이다.
한번 꽂히면 꾸준히 하겠지만 웬만해선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 그게 탈이다.
정년퇴직이 불과 4개월 남았다.
그다음엔 어떤 일을 하며 살면 괜찮을까?
젊은 시절엔 좋아하는 일보다 좋아하지 않아도 먹고살기에 유리한 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은퇴 후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라고들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아무리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매일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 행복할까?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니 매일 글을 쓰면서 하루를 보내면 일상이 즐거울까?
좋아하는 일도 매일 하면 권태로워진다.
재능이 부족하면 계속해야 할지 의심이 생기는 시기도 만난다.
노력과 끈기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회의와 실망의 고개를 넘지 못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라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생에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라는 명제는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야 가능하다.
생계에 지장 없으니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즐길 수 있다.
재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그뿐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중년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은퇴했거나 치열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정도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여유가 생기는 시기이다.
욕심을 버린다면 취미생활 한두 가지 즐길 수 있다.
딱 내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나이이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지속하려면 경제적 뒷받침을 위해 재취업이 필요하다.
재취업은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로 선택해야 한다.
직업으로 삼으려면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재능이 있다한들 누가 알아주겠나?
그 재능을 살려 재취업을 못한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오늘도 걱정으로 머리가 아프다.
정체불명의 불안과 막연함에 어리둥절하다.
사실 걱정을 해봤자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도 않으니 그 자체가 고루하다.
정년퇴직을 앞둔 봉급생활자는 이래저래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