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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19. 클레오의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정세랑) & 로마(알폰소 쿠아론)

정세랑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라고 밝힌 것처럼 두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배경이었지만 혼란했던 시대상에서 삶을 이어나간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그 여성들로부터 시작된 사람(들)의 회고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가상의 인물과 실존 인물에게 작가와 감독 모두 사랑을 가득 담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심시선'과 '클레오'는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았다.

시대적으로 격동의 세월을 보낸 두 여성이 겪은 고난은 너무나도 컸지만, '심시선'은 결국 환경의 제약을 이겨냈고, '클레오'는 결국엔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 모두 단단해 보였다.

'심시선'은 말할 것도 없고, '클레오' 역시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지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상의 인물이었지만, 농담 하나와 비극 하나를 엮어 만들어낸 심시선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정세랑 작가나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꼭 만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로 남은 유모 '리마'를 위한 헌사를 영화로 만들어낸 알폰소 쿠아론 모두 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멋진 어른으로부터 좋은 어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선으로부터, 클레오로부터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멋있는 어른을 찾기 어려운 것인지, 내가 그런 어른들을 알아보는 능력이 없는 것인지 모르지만

'심시선'같은 어른을 소설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윤여정 배우가 계속 오버랩되기도 했다.)


자기 소신은 명확하지만, 여유가 있고, 유머를 갖추고, 자신의 실수와 실패도 인정할 줄 아는...


내가 멋있어지는 건 힘들 것 같고, 좋은 어른이라도 될 수 있게 멋진 어른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과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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