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어 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비 Sep 19. 2021

햇빛이 복도를 오래 사랑했다

<시 창작 스터디>, 이다희

긴 복도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있다

발소리가 길게 따라붙는다

홀로 걷는 사람은

자신의 발소리를 자신만 듣는다

...

자신의 발소리를 자신만 듣는 일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자신만 듣는 일과

어떻게 다른가


/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 사이에 서 있었어요. 여기는 참 편하고 아득하네요. 슬픈 노래를 들으니까 슬퍼지네요. 사람들은 슬픈 노래를 만들고 슬픈 노래를 듣고 나는 이 쳇바퀴가 마음에 들어요. 목소리가 큰 사람이 남몰래 무너질 때 우리는 그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죠. 텅 빈 상자를 보면 상자를 채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한번 밟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채우면 채워지는 선물이 좋아요. 밟으면 구겨지는 내면이 좋아요.


/


어째서 생일을 축하하는 걸까?

일부러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를까

...

다시 전깃불을 켜고 케이크를 나눠 먹자

나는 떨어진 촛농을 퍼내고 공평하게

케이크를 조각낸다


/


웃자란 풀들이 당신 무릎에 조그마한 생채기를 낼 때

당신이 그걸 느끼길 바라요

내일은 당신이라도 좋아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