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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Dec 06. 2021

2022년 달력을 만들었다.

일 벌이기가 주특기

언젠가 나는 꼭 달력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새로운 해에 앞서 설레는 마음과 기대를 가득 안고 달력을 만든다는 건 분명 행복할 거야 하며.

하지만 늘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생각만 했었다. 10월이 되자 고민은 빈도수가 높아졌다.

이럴 때는 애초에 빨리 관두거나 아예 시작을 해야 한다. 나는 그냥 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은 많았지만 고민을 끝내고 아련함을 지우기 위해, 2022년 새로운 해에는 특별한 일, 행복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바람을 가득 담아 달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정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뭐든지 처음은 좌충우돌 실수투성이니까. 일주일 내리 작업하고 수정하고 그림을 그렸다. 인쇄소에 샘플본을 넘기고 두근거렸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조화롭지 않았다. 

여기서 그만두느냐 아님 대대적으로 수정을 하느냐 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10월 말이었고 샘플본을 몇 번 뽑아보고 독일로 받는다 치면 11월은 부쩍 넘길 터였다. 또 하루정도 할까 말까의 빈번한 고민을 하고 다시 대대적으로 수정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언젠가는 달력을 만들 건데 계속해서 미루어 놓는 상태가 싫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수정을 거친 두 번째 샘플본은 다행히 마음에 들었고 최종 결정을 위해 종이의 종류와 그램 수 그리고 삼각대 색깔도 다양하게 여러 버전의 달력의 샘플본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저번 주 토요일 몇 권의 달력 샘플본이 독일로 도착했다. 


HappY! 시니부 일러스트 탁상달력


무언가 시작의 순간에 쨍한 노랑색은 환한 빛과도 같이 축복해주는 느낌이다. 2022년 새해, 설레는 마음을 가득 담아 시작한 햇노란색의 심플한 표지다.


HappY! 시니부 일러스트 탁상달력 중 1월 달력면

새로이 시작하는 달과 숫자는 다 다른 파스텔톤의 색이다. 폰트 고르는 것도 참 오래 걸렸는데 마음에 든다.


 

겨울이 시작되고 침침한 날씨는 계속되었다. 햇빛이 비추는 것 같다가도 빛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일요일, 웬일로 해가 오래 떠있는 듯하여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달력을 챙겨서 나갔다. 나의 일러스트 특성상 화사하고 쨍쨍한 색감이 잘 표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실내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았다. 

 나는 집 근처 강가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다. 사람이 있든지 말든지 해가 지기 전에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여기서는 해가 오후 3시면 지기 시작한다.)


3월의 일러스트 그림

3월의 그림이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의 순간순간이 느껴질 때면 마음 안에 따뜻한 무언가가 피어나는 듯하다. 

5월의 일러스트

5월을 지나며 걷다가 발 끝 맞은편에 피어난 꽃을 발견했다. 저마다의 색으로 존재하는 작고 귀여운 꽃들을.

9월의 일러스트

어느 9월, 아주 늦은 강가를 걸었다. 아직도 여름의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파란 밤을 걸었다. 두 마리의 백조를 만났는데 강 저 편 불빛에 오렌지 빛으로 물든 모습이 퍽 아름다웠다. 


HappY! 시니부 일러스트 달력의 마지막 장

 달력은 What a beautiful Year! 하며 끝이 난다. 

와! 정말 아름다운 한 해다! 하며 한 편의 해피엔딩 영화를 본 듯 그런 2022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결국 난 2022년 달력을 만들었고 샘플본도 무쟈게 많이 뽑고 종이도 비싼 거에 소량 제작이라 남는 건 없겠지만, 내내 미뤄왔던 마음을 꺼내어 새로운 해에 설렘과 기대와 희망을 가득 담아 달력을 만들어냈다는 엄청난 경험과 나의 부분인 일러스트로 눈에 보여지고 만져지는 물건을 구현했다는 것, 그리고 함께 해줄 경험해줄 다른 이들이 있다는 위대한 성과가 남았다!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오랫동안 고민했다면 그냥 해버리는 사람이 되쟈! 





제 일러스트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https://www.instagram.com/shinib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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