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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Jan 07. 2022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시작!

브런치가 슬슬 생각나 들어와 보면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있다. 

더딘 하루들을 꾹꾹 모으면 더 빠르게 굴러가나 싶기도.


편안한 연말과 단조로운 새해를 보냈다. 그게 왜 이리 좋았는지.


2021년의 마지막 날. 정말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낮밤이 바뀌어 너무나 더 자고 싶었지만 12월 31일은 모든 상점이 오후 2시까지만 연다. 1월 1일은 휴일이고 2일은 일요일이었다. 오전 애매한 시간 대에 붐비는 사람들을 피하고자 아침 일찍, 그리고 조금 멀리 있는 한인마트를 가기로 했다. 내가 깨어있지 못했던 오전 7시의 아침은 이렇구나 하며 창가를 괜히 서성인다. 오렌지빛 거리와 조금씩 밝아오는 아침은 퍽 아름다웠다.  

아주 오랜만의 s-bahn을 탔다.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전환해보고자 노력 중에 있다. 집에서 일을 하니 슈퍼마켓을 빼고는 밖에 거의 나갈 일이 없었다. 지하철 타는 게 일상일 때는 피곤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만 오랜만에 보는 지나가는 풍경에 따뜻한 무엇을 느꼈다. 한인마트에 집 근처 슈퍼마켓 두 군데를 부지런히 들리고 정신없는 오전을 보냈다. 

 


 12월 31일은 Silvester 질베스터라고 한다. 독일의 질베스터는 거리가 북적인다. 다들 거리에 나와 온갖 폭죽을 들고서는 1월 1일로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을 하자마자 터트리기 시작한다. 독일 처음 왔을 때 나는 전쟁 난 줄 알았다. 그리고 새벽 네다섯 시까지 폭죽은 끝나질 않는다. 그날은 잠은 거의 다 잤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폭죽 판매는 물론 터트리는 것도 금지가 되었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다들 어디에서 구한 건지 짧게나마 폭죽을 터트리곤 했다. 

 어느새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TV를 켜고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로 넘어가자 환호를 하고 앞 집 이웃과 Happy new year를 연신 소리쳤다. 지붕에서 폭죽을 터트리는지 하늘에 불꽃이 가득하다. 우리는 남아있던 생일 축하 불꽃이 있길래 흔들었다. 생일 축하 불꽃은 창 밖에서 30초간 장렬하게 탔다. (생각보다 화력이 세서 놀랐다)

30분간 계속되던 맞은편 건물 지붕 위 불꽃놀이. 

그렇게 창가에서 불꽃을 바라보다 창문을 닫았다. 너무 피곤했으나 괜히 자긴 싫었다. 새벽 4시까지 독일 병맛 리얼리티쇼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었다. 예전에는 새해의 소망, 계획, 이루고 싶은 것들로 부푼 마음과 설렘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큰 기대도 계획도 없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알아서 거대한 변화가 찾아오지도 설레는 마음이 꾸준히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저 그냥 하루가 지난 것일 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다면 늘 똑같은 일상으로 머무를 것이다. 단지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 하루들이 쌓이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겠지 뭐. 특별한 설레임은 없지만 편안하고 단조로운, 약간은 늘어진 새해의 마음이 난 참 좋았다.


2022년의 나는, 거창한 목표나 계획보다는 그저 계속되는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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