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erei als Lichtphänomen 빛의 현상으로써의 회화
브런치를 아주 오랜만에 들어왔다. 약 세 달 남짓,
아주 쌀쌀한 겨울 무렵이었는데 어느덧 봄도 지나고 눈이 부신 여름날이다.
그동안 2월부터 4월 초까지 거의 매일 작업실을 나가 Vordiplom/학사시험 전시 준비를 했다.
유화 냄새가 깊게 배인 하루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료와 크기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모든 그림을 새로 그렸다.
나는 따로 작업할 공간이 없었기에 두 달 동안 Vordiplom를 위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교수님께 부탁드렸다. 그렇게 해서 학기에 회화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강의실은 회화과 아틀리에 같은 층에 있다. 방학 기간이라 작업실에 학생들도 별로 없고 잔잔하고 고요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날씨는 추운 날이 많았는데 이 맘 때를 생각하면 따뜻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실의 모든 벽면에 내 그림들로 뒤덮여갔다.
큰 캔버스를 6개 짰다. 그러고 보니 두 달 동안 큰 그림을 6개나 그렸었네.
4월 초, 모든 그림을 거의 끝내 놓은 막바지.
작업노트
: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는데 바닥의 움직이는 빛을 보았다.
투명 망사 커튼의 그림자였다. 커튼은 바람에 흔들려 아름답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 빛은 반사물이었을까, 그림자였을까. 혹은 빛 그 자체의 대상일까.
대상과 그림자, 그림자 속의 빛은 그 자체로 명명하기 애매모호한 경계 속에 놓여 있는 듯했다.
빛 그 자체를 관찰하다 보면 어느덧 대상과 그림자의 경계는 사라지고 표면 위에 '빛'만 남았다.
나는 그렇게 고정되지 않는 표면, 순간순간 빛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빛을 한 화면 안에 구조적으로 담고 싶었다.
작은 숲 표면 위에 반짝이던 빛의 모양.
대상은 사라지고 빛만이 남은 모습.
학교 멘사/ 식당에서 밖을 바라보면 조각상과 학교의 반대편 건물이 보인다.
표면 위의 빛의 형상만이 남아 있는 모습.
터널의 빛.
순식간에 지나치며 사라지는 빛의 잔상.
터널 안의 빛의 부분을 잘라내어 확대했다.
보다 더 구조화시킨 그림.
기존 스타일대로 그리면 훨씬 편하고 더 자유롭지만 달리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번 시험 준비하면서 마음껏 시도했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강가 표면 위의 빛.
Vordiplom 준비하면서 처음 그린 그림.
원래 기존 스타일로 경계는 희미하고 스며드는 듯하다. 유화 물감을 꾸덕하게 올리고 올렸다.
이 그림도 강가 위에 흐르는 빛이다.
고정되지 않은, 자유로운 시시각각 달라지는 형태를.
4월 21일, 전시를 하고 교수님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렇게 Vordiplom이 끝이 났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내 마음이 평온했다.
나의 기본 테마는 '빛'인데 시기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번에는 내가 관찰한 빛을 형태화시키거나 흘러가는 듯한 사라질 듯 한 빛의 모양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렇게 학사시험의 주제는 [Malerei als Lichtphänomen, 빛의 현상으로써의 회화]였다.
그림을 그리고 옮기고 전시 준비하고, 시험이 끝나고 다시 그림을 옮기고 나니 여름학기는 시작이 되어있었다. 학기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두 배는 더 빠르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수업을 꽉꽉 채워 듣고 나머지 3일은 일을 한다. 그렇게 의식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여름이 끝나버릴까 봐 시간을 내어 기록을 한다.
마음에 여유가 가득한 나날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