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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Feb 05. 2024

보고 쓰기(1)

드라마 나의 아저씨, tvN, 2018,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남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 드라마 “나의 아저씨” 15화 중, 이선균(박동훈 역) -




누군가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치고 외로웠던 나를 솜털 같은 눈물로 감싸 안아주었던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지 같은 내 이야기 다 듣고, 몽글몽글 불투명한 눈물을 훔쳐내면서도, 씩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며 품어 준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 인생도 그지 같으면서도 내가 더 불쌍하다고 쳐 우는 것이 어이없었지만,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 죽고 싶은 건 난데 왜 지가 울고 지랄이야?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사람이 입고 있던 옷도 웃겼어요. 분명 몇 년 전 내가 사준 군청색 셔츠가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얼마나 입고 입고 입었으면 슬쩍 색이 바래 파우더 블루 Powder blue 비슷하게 변해버렸어요. 그렇게 허구한 날 쳐 울어 대니까 눈물로 색이 다 빠져 버려 바래지.


다음에 할인할 때 행복한 색깔 옷으로 하나 사서 선물해야겠어요. 그래야 울어도, 눈물을 쏟아도 티가 덜 나겠지요.


아니다, 귀여운 캐릭터 슬리퍼를 사줘야겠어요. 누가 심하게 뭐라 그래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사과하며 고개를 떨구어도 지가 신고 있는 슬리퍼에 붙어 있는 귀요미들 보고 잊으라고 말이에요.




다시는 그 사람이 웃는 것을 볼 수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차분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그래도 이제는 괜찮습니다. 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곳에서라도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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