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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48화 - 그리 피고 지며 열매된 고[추]

꽃이 피어난 자리에 머지않아 열매가 맺히리라 조심스레 유추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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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품은 흰 꽃잎 속 뜻 반

땅과 가까운 키로 마음 낮

소리 없이 아래로 시선 전

처연한 꽃 잎엔 순결함 누

잎 사이 숨어도 중심은 중

핀 자리 열매를 맺을걸 유

꽃지고 맺힌 생 끝맺음 얼

그리 피고 지며 열매된 고


*낮추: 아래에서 위까지의 높이가 기준이나 보통보다 짧게.

*전추: 아래로 굴러 떨어짐.
[네이버 어학사전]




텃밭에 피어난 고추꽃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자연의 뜻을 반추해 본다. 햇살을 머금고 조용히 피어난 꽃은 높지 않은 줄기를 따라 자라며 자신을 낮추는 듯하다. 꽃잎은 하늘을 향하지 않고 조용히 아래를 바라보며 시선을 전추시키고, 그 작고 고운 자태 속에는 오히려 세상의 누추함을 잊게 만드는 순결함이 담겨 있다.


잎 사이에 숨듯 피어난 꽃이지만, 그 안에는 열매를 맺는 생명의 중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꽃이 피어난 자리에 머지않아 열매가 맺히리라 조심스레 유추해 보고, 이 모든 흐름이 계절 속에서 얼추 맞아떨어진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꽃은 지고, 마침내 작지만 붉고 단단한 생명의 결실, 바로 고추가 맺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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