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 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아침 알람은 울린다. 그 시간이 다를 뿐이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경계선이 모호한 05시 05분이다. 내 스마트폰에 울리는 첫 번째 알람이다. 울리는 소리만 잠재우고 벌떡 기상한다. 간밤에 쌓인 방광 속 이물질을 배출한다. 손만 씻는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눈을 뜬지 고작 5분의 시간이 더 흘렀을 뿐이다. 바깥은 여름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한낮처럼 밝다. 뚜벅뚜벅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에 시동을 켠다. 아침 출근 전 들러야 할 그 곳으로 간다. 부스스한 머리로.
40대가 되면 이제 소홀했던 건강관리에 대한 채무가 청구되는 시기라는 기사를 봤다. 어딘가 하나씩 아파온다는 것이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관리를 하지 않으면 50대 때 정말 큰일 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좋은 명언도 내 가슴이 거부하면 명언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정답이다.
77년생이 간다. 나는 올해 46살이다. 살면서 헬스장(지금은 피트니스센터라고 많이 불리지만)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몸관리를 잘하냐고? 전혀 아니다. 저질 몸매다. 전형적인 배불뚝이 아저씨다. 허리띠는 온데간데없고, 유행하는 고무줄바지 개수만 늘어나고 있다. 이 바지의 장점은 편안함이다. 단점은 허리둘레가 늘어남을 인지하기 힘들다. 유행에 따라가는 속도보다 살찌는 속도가 더 빨라질 모양이다. 그렇게 거울 속에 내 체형은 어릴 적 TV속에 등장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슬프다.
‘나는 평생 절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인가?’
‘만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오, 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어떨까?’
소중한 것들은 나중에 몰아서 한꺼번에 시간을 낸다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_팀페리스《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토네이도)
40여분을 달린 후 차는 직장 근처 주차장에 멈췄다. 시간은 6시 남짓했다. 간밤의 열대야로 새벽에도 덥다. 승강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안내데스크의 모니터에 4자리의 숫자를 입력한다. 운동복 상, 하의와 수건을 챙겨든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러닝화를 싣는다. 비어있는 러닝머신에 올라가 전원버튼을 누른 후에야 나의 아침운동은 시작된다.
그동안 읽었던 자기계발서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저자들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다. 메모도 하고 글쓰기도 좋아한다. 영화가 취미고 음악도 즐겨듣는다.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역사 및 세계사에 흥미가 있다. 그리고 바로 운동이다. 동네 한 바퀴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뛰는 걸 좋아하는 사람, 헬스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등 종류와 형태는 다양하다. 하지만 결국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책, 메모, 글쓰기, 음악, 미술, 역사, 세계사 등 웬만한 건 다 따라 해봤는데 운동만큼은 시작조차 안 해봤다. 집근처 헬스장은 비싸다. 새벽에 운동하고 출근하면 피곤하다. 밤에는 애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온갖 핑계를 대며 철저하게 선을 그었는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하고자 했던 일, 그게 글이거나 운동이거나 혹은 공부여도 좋다.
지금 시작해 보라. 진부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먼 훗날 당신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그 작은 시작을 통해 큰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
_전승환《나에게 고맙다》(허밍버드)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 중에 같은 행동을 취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에서 메모한 부분이다. 이 글귀 하나가 어쩜 무더운 여름날 난생처음 헬스장으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날씬한 몸을 바라지도 않는다. 건강한 몸을 바랄뿐이다. 뱃살이 빠진다면 금상첨화다. 멋 훗날 내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6시에 시작한 러닝머신은 35분간 굴러가고 나서야 멈췄고, 윗몸일으키기 20개 정도 추가로 하고 나서야 샤워장으로 향했다. 온 몸이 땀범벅이지만, 땀은 물을 이기지 못한다. 시원한 샤워줄기에 몸을 씻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밖으로 나와서 주차장 걸어간다. 직장 차량으로는 1분 거리, 걸어서는 3분정도 거리다. 직장 주차장에 다시 주차 후 사내식당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다. 살을 뺀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건강한 삶이 목표이기 때문에 아침은 든든하게 먹는다.
그러니 저마다의 이유로 각자의 길 위에 오른 뒤, 일단 달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맨 끝까지 가보는 겁니다.
그 외롭고 아슬아슬한 곳에, 놀라운 힘이 숨어 있습니다.
_유병욱《생각의 기쁨》(북하우스)
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바쁜 오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일상에 작은 변화를 번복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한다. 그 어떤 도전이든 각자의 길 위에 오른 뒤, 일단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맨 끝까지 가보자. 그 외롭고 아슬아슬 한 곳에 얼마나 놀라운 힘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오늘도 헬스장 탈의실에서
아내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내며
이렇게 덧붙인다.
#오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