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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Feb 20. 2024

떡볶이 코트 입고 백팩 메고 학교 가고 싶었다.

라라크루 갑분글감으로 글쓰기

내 청소년기의 로망은 교복 위에 떡볶이 코트를 입고 그 위에 백팩을 메고 이쁜 인형을 달고 걸어가는 여학생이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도 떡볶이 코트에 큰 인형을 단 백팩을 메고 다니는 나는 아직도 그 여학생 시절의 로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가방과 코트에 대한 나의 애착은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집의 행정구역이 약간 애매하게 있었던 탓에 나는 생전 처음으로 가보는 동네까지 고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계속 걸어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고등학교는 지하철만 10 정류장을 가야 했고 지하철까지 오가는 시간도 있어서 거의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가방 챙기고 걸어서 지하철까지 가서 내려서 학교까지 가는데 횡단보도 6개, 육교 1개를 건너야 했다. 학교가 워낙 구석진 곳에 있어서 스쿨버스를 운행했는데 그 스쿨버스를 타러 가는 길도 애매하고 저녁에 스쿨버스 타고 집으로 오면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어야 해서 한 달 이용해 보다가 그냥 지하철과 튼튼한 다리로 걸어 다니기로 했다.


그 길 위에서 교복 위에 떡볶이 코트를 예쁘게 입고 형형색색의 백팩을 메고 학교를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당시 JANSPORTS 브랜드의 가방이 학생들 사이에서 대 유행이었다. 색깔도 어찌나 알록달록 이쁜지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 앞서 걷는 아이들의 등에 매달린 가방 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가방에 이쁜 인형을 달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전까지 다른 친구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학교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 긴 길 위에 온통 우리 학교 학생들만 가득한 등굣길에 무지개처럼 백팩들이 줄지어 지나가니 저절로 눈길이 갔다.


나도 떡볶이 코트 입고 백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싶었다.

내 코트는 시장통 옷가게에서 산 것인데 오랫동안 입어서 모자가 달린 부분을 들면 등판과 색깔이 다를 정도로 바래 있었다. 가방은 중학교 입학할 때 시장통 잡화점에서 사서 쓰던 것이 떨어지지도 않았던 터라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쓰기로 했기 때문에 한쪽 어깨에 메는 투박한 직사각형 모양의 가방을 메고 다니고 있었다.


와~~~~

처음으로 누군가가 가진 물건이 갖고 싶어졌다.

속으로는 "엄마, 코트랑 가방 바꿔주실 수 있나요?" 말하고 있었지만, 엄마는 몇 년째 옷 한 벌을 사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떨어지지도 않은 멀쩡한 옷과 가방을 바꾸자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된 후에 나는 호기롭게 떡볶이 코트랑 백팩을 샀다. 하하하하하

사실... 그때는 유행이 지나서 아무도 그런 거 입고 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방도 옆으로 메는 가방이 다시 유행을 할 시기였다.

속을 알 리가 없는 엄마는 말리셨다.

"야~~ 요즘 그런 코트 입는 사람 없던데? 애 엄마가 애 업고 다녀야지 무슨 백팩이야?"

"몰라, 싫어, 살 거야. 애는 안고 다니고 가방은 메고 다닐 거야."

"가방에 뭘 그렇게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냐? 애도 아니고?"

"뭐, 예쁘기만 하고만. 좋잖아. 딱 내 가방인 줄 다 알고 멀리 걸어가도 나인줄 다 알고"


속으로 혼자 기분이 좋다. 교복 위에 입어보지는 못했지만 떡볶이 코트도 입어보고, 백팩도 메어보고 인형도 달아봐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때의 나를 만나서 그 허전했던 마음을 메워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야! 너 그 때 엄마한테 코트랑 가방 사달라고 심통부렸으면 평생 후회했을걸? 잘했어!

내가 다 해 줄 께. 인형 하나 더 달아줄까?

근데 너는 너무 소박한거 아니냐? 하하하하"



사실 요즘은 가방 들고 다니는 것이 아주아주 귀찮다. 특히 무거운 가방은 정말 딱 질색이다.  여자 옷에도 남자 옷처럼 속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딱 카드 한 장과 핸드폰만 들고 어디든 다닐 수 있을 텐데 여자 옷들은 주머니가 너무 작거나 없어서 꼭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게 너무너무 귀찮다. 여름에는 특히나 물병, 선글라스, 선크림 이런 거를 챙겨야 하니 가방 내용물이 점점 많아진다. 최근에는 노트북에 전원까지 챙겨야 하니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아... 가방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백팩이 최고다. 백팩도 좀 가볍고 튼튼하고 예쁘고 수납도 잘 되는 것이 나오면 좋겠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가방을 찾는 것은 정말 해운대에서 다이아몬드 줍는 것보다 더 어렵다. 신중하게 골라서 오래 쓰다 보니 백팩 어깨고리가 망가져서 이제는 다른 친구를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봄이 되면 새파란 백팩을 하나 장만해서 노란 라이언 인형을 하나 달아볼까 싶다.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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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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