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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현 Jan 11. 2024

음식과 감사 (2)

에세이(8)

- 음식과 감사 (2) 


음식의 본질은 생존이다. 맛과 데코는 두 번째일 것이다. 물론, 예쁘면 먹음직스럽다. 최근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먹는 양이 줄었다. 내 몸을 버티는 두 다리의 부담을 덜어줄 기회가 왔다. 아침은 과일과 삶은 계란, 샐러드 또는 요거트를 먹고, 점심과 저녁은 집에서 먹거나 식사 약속이 잡히기도 한다. 


주로 밥을 먹는데, 면을 좋아해서 면도 종종 먹는 편이다. 면발을 치며 미각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망각의 행복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근심과 염려를 잠시 멎게 한다. 비록 면들이 머물다 빠져나갈 때까지만이라 해도 이 작은 기쁨과 만족을 터부시 해서는 안 된다. 배고픔을 채워주고, 걱정을 잠재우지 않는가. 


이런 채움과 만족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주변에서 일어났겠는가. 난 그저 젖가락을 올릴 뿐이다. 젖가락을 놓으면서 채움과 만족이 점점 소멸되어도 감사해야 한다. 두 아이가 아직은 음식으로 불평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를 충족시키려는 몸부림이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점차 성장하면서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인간에게 공통적인 욕구들이 있는데, 두 아이에게 개성있게 드러나는 강한 욕구가 있을 수 있다. 음식에 대한 불평이 음식으로 해소되는 것뿐 아니라, 절제와 인내, 배려와 같은 덕스러움으로도 컨트롤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이것이 확장되어서 인간이라면 겪고 느낄만한 충족되지 않은 다양한 욕구들을 대처할 자기만의 방법 같은 것들이 갖춰가지 않을까. 사랑하는 두 아들이 그랬으면 한다. 왜냐하면 모든 욕구를 완벽하게 만족한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그건 욕망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구민운동장까지 아이와 함께 걸으니 30분이 걸렸다. 공차기를 하고, 도서관에 갔다. 그 사이, 배가 너무 고프다 해서 국수를 먹었다. 한 그릇 더 시켜달라며 안 사 주면 도서관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걸, 잘 애기해서 다녀왔다. 면을 치는 소리가 맛깔났다. 오늘, 맛깔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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