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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의꿈 Dec 17. 2023

바다를 건너온 케이크

가끔 이 세상은 시계초처럼 정확히 움직이는 공간 속에 시간이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 시간 그곳에서 마침 우리가 만난 것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분침과 초침이 겹치는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


 수많은 별 중에 그 별 하나를 바라보고,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보는 관계처럼. 멀고 먼 거리만큼 낯선 존재에서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는 ‘사이’. 가끔 삶은 시간적 공간을 이어 낭만적인 선물을 하기도 한다.      


12월 13일 음력 11월 1일. 제주. 아름다운 섬. 그곳에서 예쁜 마음 하나가 도착했다. 제주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글벗 달콤한 작가가 보내온 달달한 케이크.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선물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뉴스에 실린 [무직 탈출... 일이 하고 싶어 시작한 공부방] 기사를 보고 공부방 오픈 응원으로 보내온 선물인데 정말 우연히도 케이크를 받은 날은 내 생일이기도 했다. 지정 배송이 되지 않음에도 필연을 가장한 우연치 곤 정확하게 맞혀진 시간이다.

      

달콤 작가와 처음 만난 것은 봄이 막 시작하는 초입으로 기억한다. 정확하진 않다.  브런치 수많은 이웃 중 하나로 연결되었던 우리는 무엇이 통하여 카톡이라는 ‘공간’으로 마음을 넓혔다. 어떤 이끌림에 번호를 교환했지만 ‘글’이라는 공통분모가 없었다면 우리의 관계는 시시하게 끝났을 것이다. 지속성 없어 흐지부지 달만에 끝나버린 동네 글쓰기 모임을 생각해도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목소리 들은 적 없는 우리의 교집합은  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는 시민기자. ‘기사’에 대한 글쓰기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날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고, 또 어느 날은 아침 일찍 아무 때나 톡을 주고받았다. 혹 답변이 늦어져도 부담스럽지 않은. 글에 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은. 이토록 완벽한 ‘공간’은 내가 찾던 즐거운 글쓰기에 원동력이다.


 많은 별 중에 하나였지만 관계를 맺은 별이 돋보이는 것처럼. 서로의 공간 속에 자리 잡은 시간의 삶은 저절로 공유되었다.      


어느 날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글이 안 올라와서요” 한동안 뜸했던 시간이었던 공간에 들어온 안부 인사. 어쩌다 글태기에 걸려 글이 게을러질 때면 어김없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와 글쓰기를 자극했다.


 그럴 때면 다시 마음을 잡고 노트북 전원을 켜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 깜박이는 커서 화면을 들여다보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무슨 일 있으세요?”라는 말뒤에 따라온 속뜻.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관계에서 오는 진심은 더 깊게 와닿았을 수밖에 없다. 단지 글로 만난 ‘사이’ 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살면서 글로 소통이 되고 글쓰기 방향이 같은 동지를 만난다는 것은 사막에서 별의 기원을 찾는 것만큼이나 소중하고 특별한 일임을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관계. 모두 틈을 뜻하는 ‘사이’로 이어져 있다. 어쩌면 인간은 서로의 틈을 채워주는 존재인지 모른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는 랜선 만남이지만 우리의 시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우리의 공간은 지리적 여건을 떠나 마음을 채운다. 케이크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담는 것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바다를 건너 내게 온 케이크는 그 어떤 마음보다 깊다.      


다른 의미지만 놀랍게도 내 생일에 맞춰 와 준 케이크다. 그냥 먹으려다 케이크에 초를 꼽고 신나게 생일송을 불렀다. 그리고 혹시나! 촛불을 훅 불면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가 나타날까 촛불까지 후 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지만 뭐 어떤가 지금 이 시간은 즐거운 나의 시간임을. 행복한 공간임을.  깊은 마음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요즘 나는 글쓰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올해 나는 어쩌면 나와 같이 멀리 갈, 세상을 달콤하게 만드는 달달한 글벗을 만났으니 기쁘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달콤 작가가 내게 한말이다. 어쩌면 삶은 달콤 달달 한 푸른 꿈을 꾸기 위해 매일을 써내려 가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다 불쑥 찾아올 선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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