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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29. 2016

[E]스웨덴 수업 방식, 별거 없다!

답은 없고 관점은 있다. 그리고 그 것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나는 1주일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정작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은 적으면 4시간에서 많으면 6시간 정도이다. 보통 1주일에 2번, 약 1시간 45분가량 교수님과 함께 관광학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에 대해 토의를 하고 교과 내용을 학습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모든 학생이 하나의 저널을 읽고 요약/분석 및 비평을 하는 Journal Club(저널 토론시간) 시간으로 채워진다. Journal Club(저널 토론시간)의 목적은 우리 모두가 관광학을 공부하더라도 각자의 관심사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우리의 흥미 주제와 배경지식을 넓히는 데 있다. 또한 저널을 읽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기존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으로 한계를 발견하고, 더 보완되거나 연구되어야 할 부분을 발견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Journal Club(저널 토론시간)의 목적이 굉장히 거창한 데에 있고, 그 과정 또한 너무나도 진중하고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결국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단 하나의 행위로 귀결된다. 질문하기. 어떤 질문이든 간에!


    내가 읽은 저널의 주제는 Smart Tourism Destination이 어떤 편의를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그것이 관광객들의 만족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정보가 분산되는 형태를 바꾸고, 개개인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듦으로써 정보제공자로서 등장하고 있음에 따라 '기술, 연결성, 똑똑한 관광(Smart Tourism)'이 요즘의 화두이기에 이 주제를 골랐다. 특히나 6월 남자 친구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TripAdvisor라는 소셜미디어가 개인 여행자들이 일정을 짜거나 정보를 검색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고, 호텔, 식당과 같은 관광 서비스 제공자들도 이 소셜미디어의 평가에 굉장히 민감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더군다나 한국에 있을 때 IT 분야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많이 접한 터라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나에게 더욱 가깝지만 무섭게 느껴졌다. 대부분 혁신적인 사례들을 많이 보았던 터라 나는 기술이 우리의 삶을 굉장히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믿었고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료들과 교수님과 토론을 하면서 그 이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 과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연결성이 관광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이것이 진정으로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가?

2)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가 여행의 묘미인 '우연성'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3) 똑똑한 관광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4) 기술의 발전이 더딘 목적지나 여행지는 경쟁력이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한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나는 그 것이 다라고만 생각하곤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술에 관해 매우 두렵고 압도당해왔던 터라 이런 시각은 나의 부담을 덜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기술의 변화가 우리 사회, 특히 관광산업에 가져오는 영향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각자의 box를 찢어버리고, 생각에 자유를 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아닐까!

    

    사실 석사를 시작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방향을 많이 헤맸었다.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 수많은 주제 중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그리고 학사보다 석사가 더 전문적인 과정인 만큼 내가 배우는 모든 지식을 다 흡수해야 하진 않을까 하는 압박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교수님께 털어놓으니 교수님은 석사는 자신이 다양한 주제들 중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라며 많은 지식을 흡수하기보다 다양한 주제를 경험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런 답변이 처음에는 두리뭉실한 뜬구름 같이 들렸고 더군다나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에 대해 이 곳에서는 연구가 굉장히 활발한 것을 보고 과연 이 곳에 온 것이 잘 못된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해 알게되고 하나의 주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서 내 시야를 넓히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과정인지와, 한 학문이 너무나도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그에 대한 연구의 정당성이 입증되어야 할 뿐. 

    극지방에 가까운 북유럽에서 지리학과 소속으로 공부하고 있는 점과 함께 공부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유럽학생들이라 그들이 가진 배경지식과 관심사가 나에게 다양한 시각을 기르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의 교육방식이나 관심 있는 주제들이 미국과 더 밀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석사 1기 한 달 차 깊이 있게 들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배운 관광과 이 곳 '스웨덴, 우메오'에서 배우는 관광은 너무나도 다르다. 이 시간들이 나의 관심사를 확대해주고, 내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 우메오에 사는 내 이야기를 다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lk2theworld/


*나의 석사 과정이 6명 소수 중심의 수업인 점과 교수님의 성향이 수업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리고 이 글은 수업 형식에만 관련한 것일 뿐 우리나라 학생들의 역량이 이 곳 학생들에 비해 모자라다는 점도 아님을 밝힌다. 발표 스킬이나 콘텐츠 제작능력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뛰어난 것 같다.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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