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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04. 2024

더이상 컬쳐핏만 보지 마세요!

호주 채용 담당자에게 배운 우리의 북극성

나는 서른이 돼서야 첫 취업을 했다. 반수를 거쳐 6년 간의 대학 생활 후, 스웨덴 석사 유학까지 갔다 와서야 첫 구직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7개월 간의 긴 구직 끝에 어렵사리 취업을 했지만, 4개월의 수습 기간 후 자진 퇴사했다. 회사의 고압적인 조직문화와, 평등한 관계와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을 중시하는 내 성향과 가치관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사 후 이직한 곳은 외국계 패션 브랜드였는데, 패션의 패자도 몰랐지만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건 바로 컬처핏(Culture Fit) 덕분이었다. 


컬처핏이란 회사와 구직자의 가치관, 성향, 일하는 방식 등의 적합도를 말한다. 채용 담당자에게 나를 뽑은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저는 패션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는데, 저를 왜 뽑으셨어요? '라는 내 질문에 동료는 회사 문화와 내가 잘 맞을 것 같아서 뽑았다고 대답했다. 업무는 가르치면 되지만 문화는 가르쳐서 체화되기가 정말 어렵다고 덧붙이며.


나 역시 인터뷰 과정에서 채용 담당자가 구직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사소통하는 방식과 회사 분위기만 봐도 회사와 내가 잘 맞을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합격 후에도 '패션은 내 관심사도 아니고 잘 모르는 분야인데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됐지만, 당시 컬처핏이 이직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에 도전했다. 감사히도 이 회사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 문화 덕분에 재직하는 동안 비즈니스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고, 장점과 결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실제 많은 회사들이 직원을 뽑을 때 컬처핏을 중요하게 며, 컬처핏 면접을 진행기도 한다. Havard Business School의 Boris Groysberg 교수는 그의 저서 <Chasing Stars: The Myth of Talent and the Portability of Performance>(의역하면, '별을 쫓다: 재능의 신화와 성과의 이동성' 정도로 역할 있다)에서 직원의 성과는 조직 문화, 작업 환경, 사회적 네트워크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정말 우수한 재능과 스킬을 가진 직원이라도, 일하는 환경에 따라 성과가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주에서 나는 컬처핏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컬처 애드(Culture Add)'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컬처핏에서 더 나아간 컬처애드

시드니 공항(Sydney Airport)에서 800여 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HR 총책임자를 인터뷰했다.

시드니 공항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2024.05)

는 호주의 HR 제도와 문화가 정말 궁금했다. 다양한 문화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함께 일하는 사회인만큼, 사고방식이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아가 위해서는 HR 제도와 문화가 중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도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호주의 선례를 참고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봤다.


1시간의 긴 인터뷰 끝에 호주의 HR 패러다임이 한국보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도 깨달았다.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두 가지다.


1. 컬처핏에서 더 나아 컬처애드

"컬처핏에서 더 나아가 컬처애드를 고려한다. 핏만 강조하다 보면 조직이 가진 고유함은 뚜렷해질지 몰라도, 조직의 유연함이나 혁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을 뽑을 때 이 사람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과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첫 직장을 퇴사할 때가 떠올랐다. '만약 내가 더 적극적으로 조직 문화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컬처 애드라는 개념과 그 가치를 알았더라면, 내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과는 다르더라도 조금 더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텐데.  목소리가 받아들여졌다면, 조직 변화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2. '개인의'를 꽃피울 수 있는 조직

컬처애드의 연장선상에서 시드니 공항 HR 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개인주의' 존중이. 나는 사실 호가 다문화 사회인만큼 구성원 간 문화 차로 인한 갈등이 많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HR 총책임자는 호주는 이미 성숙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기에 다문화 존중사회적으로도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내재화되어 있다며, 특히 차별금지법도 있어 인종 차별이나 다문화로 인한 갈등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현재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과 정체성을 가진 개개인이 있는 그대로 회사에서 받아들여지는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이다.


"구성원 모두가 회사에 오는 것을 안전하다 느끼고, 고유한 개인으로서 인정받는다 느끼며,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예요. "


든 인간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만큼 인간의 기본권 존중의 측면도 있지만, 상업적으로도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과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뽑은 직원의 능력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뷰 끝에 조직이 단순한 개인의 합 이상의 알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의 결이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구성원고유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주의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 우리 사회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북극성이 아닐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으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

앞으로 글로벌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이민까지 고려하 조직에서나 사회적으로 다름으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인주의'만이 궁극적으로 리 사회와 조직이 마주한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일지도 모른다.


인종, 종교, 문화, 정체성 떠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은 열린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더 깊은 생각의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생각이 부딪히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결국 현답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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