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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01. 2024

글로벌 취업 경쟁, 언어보다 중요한 OO

글로벌 시대,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나의 해외 취업 첫 도전은 대학 4학년 졸업을 앞뒀을 때였다. 교환학생 후 해외 인턴십에 관심이 생겨, 생애 첫 해외 인턴십에 지원했다. 감사히도 서류 심사는 통과해 2차 영어 면접을 보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기 좋게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당시엔 부족한 내 영어 실력 때문에 탈락다고만 생각했다. 해외 취업엔 언어 실력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으니까. 지금서야 해외 취업엔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Cultural Literacy', 문화적 소양이다. 호주에서 만난 HR 및 비즈니스 전문가, 커리어 멘토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이를 꼽았다.


영어 점수보다 중요한 문화 소양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Cultural Literacy'는 "좁은 의미로 볼 때, 개인이 한 사회 및 문화에 참여하는 데 요구되는 문화 지식이다. 그 지식은 전통에 대한 인식, 문화적 유산과 그 가치에 대한 인식, 전통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능력, 어떤 문화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체화된다(Purves, et. al., 1994)." 쉽게 말하면, 어떤 문화권이나 사회의 전통과 가치를 잘 이해하고 습득하는 능력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일 민족 사회인만큼 우리는 대부분 단일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습득한다. 우리 주변의 이웃도, 일을 하는 동료도 95% 이상 한국인이기에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일이 거의 없다. 더욱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또한 단일화되어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니, 한국인은 한국인을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 그런데,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내 주변의 이웃과 동료 또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 동상이몽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멜번 영사관에서 한국과 호주 양국을 잇는 전문관님을 만났다. 멜팅팟을 대표하는 미국과 호주에서 7년 간의 경력을 쌓은 전문관님은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글로벌 커리어를 쌓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이자,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성과를 만드는 핵심 스킬이라고 말씀하셨다.

호주에서 만난 커리어 멘토님들

"영사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교이고, 전문관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Cultural Literacy(문화적 소양)라 생각해요. 필요한 기관에 단순히 정보와 연락을 하는 '리에종(Liaison)'의 의미를 넘어서, 양국 이해관계자의 필요와 원하는 바를 파악해 윈윈 할 수 있는 관계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죠. 저는 멜번 영사관에서 방산, 수소, 재생에너지, 핵심 광물, 문화 교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한호 양국을 잇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호주에, 호주의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는 것도 핵심 업무 중 하나죠. 이 일은 단순한 통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호주가 언어도 다르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화법, 의사 결정 과정 등 많은 것이 다르기에,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진짜 의미'를 파악해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만 대화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모든 일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소통이다. 좋은 의사소통은 언어의 유려함보다 상대방의 의중과 의도를 잘 파악하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다시 전달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문화 소양의 기본이다. 이 맥락은 한 사회의 문화뿐만 아니라, 특정 비즈니스가 처한 환경도 포함한다. 전 세계인이 국경 없이 일하는 오늘날에는 이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 나아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지식과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 호주 대기업에서 아시아 국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담당하시는 한 멘토님은 해외에 나오는 한국 청년들이 우리의 문화적 유산을 더 소중히 여기고 깊이 이해하면,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외국에서 일할 때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으로서 가진 문화적 유산을 잘 이해하고, 그 맥락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해요. 단순히, K-pop이나 회식 문화와 같은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이 있기까지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비즈니스에 녹여내는 능력이 중요해요. 특히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진출하거나, 한국 기관이나 기업과 협력하려는 외국 파트너가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한국이나 한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해 잘 몰라요. 이 갭에 뛰어난 문화적 소양을 지닌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은 해외에서 한국과 여러 나라를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굳이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풍부한 문화 소양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협력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내 경쟁력이 됩니다."


실제 호주 내 Australia Korea Business Council(AKBC)와 Asialink라는 정부 기관에서는 호주 기업 및 기관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국 및 아시아 국가에 대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문화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바쁜 리더들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 소양은 어떻게 계발할 수 있을까?

호주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건너와 만든 나라이고, 현재 호주 인구의 3분의 1이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과 교류하며 크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호주 사람들의 DNA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교나 회사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 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잘 잡혀 있다고 느꼈다.  다양한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경험이 많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세계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모험심을 키우게 된다.


단일 민족 사회에서 자란 우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20대가 되서야 해외여행, 교환학생, 한국어 도우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너머의 세상을 경험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문화적 소양을 계발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더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 들때도 있다. 내가 경험하는 세계만큼 내 생각과 삶의 가능성의 크기가 결정되니까.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아쉬워만 하기엔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교환학생이나 해외여행 및 봉사, 워킹홀레데이를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가 2백만 명이 넘은 시대,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열면 전 세계가 내 주변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인 만큼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어디서 이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면, 언어 교환, 운동 커뮤니티, 다양한 주한 상공회의소나 대사관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이벤트 등을 추천한다.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에 검색만 해도 매주 열리는 수많은 이벤트를 발견할 수 있다. 혼자 가기 뻘쭘하더라도, 혼자 가보려는 용기를 내야 한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것이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첫 걸음이니까.

한호 청년들이 문화 교류에 대한 생각을 나눈 포럼

전 세계가 연결된 오늘날, 더 넓은 세계에서 커리어 기회와 삶의 가능성을 만들고 싶다면, 토익, 토플 오픽 점수에만 목매달지 말자. 우리에게 무엇보다 더 필요한 건,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려는 노력이다. 이 노력에 비즈니스 실전 감각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당장 실전에 적용할 수 없어도 괜찮다. 꾸준히 쌓은 인문학적 소양은 나의 전문성과 만나 필살기가 될테니까.


해외 나가지 않아도 한국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낯선 한국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적 유산을 나누고 한국 생활에 도움을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여행하며, 문화적 소양이 켜켜이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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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제 2의 삶을 꾸리는 한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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