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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31. 2024

인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9가지 도구

자기 이해로 완성하는 나만의 인생 서사를 만드는 법

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바라거나 겪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하는 일도 재미없고, 친구, 가족 등 인간관계까지 지치거나, 결혼 생활, 이주, 임신 등 급격한 변화가 생길 때다. 올해 내 상황이 딱 그렇다. 난생 처음 마주하는 문제 앞에서 불안이 커지고 무기력함과 막막함이 몰려올수록,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생산적이어야 해’라며 무기력함과 막막함을 이겨내려고 나를 감정적으로 더 몰아쳤던 것 같다. 


그때, 링크드인에서 『위대한 멈춤』이라는 책을 우연히 만났다. 인생의 전환기에는 목표를 세우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보다, 직관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실험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책의 핵심 내용과 책에서 배운 자기 이해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도구를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다. 단 한 분께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위대한 멈춤』은 인생에 의문을 품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박승오, 홍승완 작가는 우리나라 변화경영 선구자인 (故)구본형이 세운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로, 오랫동안 ‘인생의 전환기’라는 주제를 연구해 왔다. 


저자는 삶의 변화가 필요한 전환기에는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 애쓰지도, 목표를 세우지도 말고, 멈추고 나의 주어진 삶을 돌아보고 귀 기울이며, ‘소명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소명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닌 ‘들어야 할 부름의 소리’를 의미한다. 


“삶을 조종하려는 마음을 멈추고 삶이 앞장서도록 자리를 비켜 주는 것, 삶이 말하고 내가 듣는 것, 삶이 요구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면 그대,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 · 학문 ·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18명의 평범했던 인물들(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리스 로마신화의 저자 이윤기, 심리학자 카를 융 등)의 전환기를 탐구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환기 소명을 발견하는 9가지 도구를 제시한다. 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공간, 상징, 종교, 스승, 공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전환을 이끌어 내는 9가지 도구      

독서: 고착화된 인식을 깨는 것이 목적이며,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리는 책 읽기

글쓰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일기, 습작 등 내면을 돌아보기 위한 글

여행: 새로운 풍경을 보는 관광이 아닌, 목적지 없이 탐험하는 새로운 나를 마주하기 위한 여행

공간: 사회적 가면을 벗고 자신과 대면하는 공간 찾기

취미: 내가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활동 만들기

스승: 나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스승 찾기

상징: 진정한 나 자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을 발견하고, 그것을 의미화하기

종교: 나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종교에 대한 이해

공동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 만들기


물론 책에서는 이 모든 것을 도구로 삼을 필요도, 부담을 느낄 필요 없으며, 도구에 끌리든 인물에 끌리든 자신에게 ‘끌리는 것'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전환기 동안 나는 독서, 글쓰기, 스승을 전환의 도구로 선택했다. 


1. 평소 즐겨했던 활동도 전환기에는 다르게

독서와 글쓰기는 평소에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꾸준히 해온 활동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은 읽어야 되는 책을 읽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썼다면, 이번에는 비생산적일지라도 순수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내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사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스승, 공동체 등 타인을 거울 삼아라

한편, 최근에 인생에서 깊은 내면의 고민과 삶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 놓을 스승의 부재를 깨달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스승/멘토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짐작했다. 내가 몰랐던 정보나 시각을 얻고, 막연한 두려움을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3. 마음이 끌리는대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독서 후 삶의 변화는 실천에서 비롯된다. 완독 후 마음이 끌리는 책을 읽고, 마음이 끌리는대로 글을 쓰며, 마음이 끌리는 분들께 용기내어 대화를 신청하고 도움을 부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생각지도 못한 길을 발견하며,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과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조금은 진짜 ‘자기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 같다.



자기이해로 완성하는 나만의 인생 서사

전환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현시대의 위인을 꼽으라면, 나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꼽고 싶다.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 <1Q84>, <해변의 카프카> 등을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고, 프란츠 카프카 상을 포함해 여러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그는 재즈바를 겸하는 카페를 운영하다 소설가로 전향했는데,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아올라 집필을 시작한 일화와, 30여년간 꾸준한 달리기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처: 문학사상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꾸준한 소설 집필을 위해 체력을 관리하고, 하루 1시간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기 위함’이었다. 하루키에게는 달리기라는 새로운 취미가 자기 이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였던 것이다. 하루키의 문학 인생과 달리기 회고록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곳곳에서 또렷한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의 내적 단단함이 느껴진다.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내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 어떤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하루키는 자기 이해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고, 융이 말한 ‘자기 실현'을 체화하고 실천하고 있음을 강렬하게 느꼈다. 소설을 쓸 때도 달리기할 때도 자신만의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두 손과 두 다리로, 자기 리듬에 맞게 혼신의 힘을 다해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하루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다른 소설가와 러너와 일절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온 덕에, 하루키만의 색채가 뚜렷한 소설이 탄생했고, 유일무이한 인생 업적과 서사가 만들어졌다. 


자기 이해를 위한 도구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키에게는 달리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종교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끌리는 도구를 선택하고, 가만히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을 갖는 그 사실 자체다. SNS를 통해 타인의 욕망과 삶의 방식에 너무나도 쉽게 휘둘리는 요즘이다. 외부로 향하는 시선과 에너지를 내부로 돌려, 여러분도 자신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나만의 도구를 찾아보길 바란다.


나를 위한 특별한 생일 선물

나태주 시, <묘비명>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생일은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죽는 날을 상상해 본다. 삶과 죽음은 맞물려 있으며,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을 하면 가장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까, 나는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 고민하다, 특별한 생일 선물로 내 묘비명을 만들어 보았다. 


하루키는 책 말미에서, 묘비명을 적을 수 있다면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적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았다’라고 적고 싶다. 그러면 지긋이 미소 지으며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결혼, 경력 단절, 임신 준비, 이주 등 인생의 전환점 앞에서 불안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다 내면으로 가라앉았다. 7개월의 시간 동안 책, 글쓰기, 스승 등의 도구를 통해 내 삶을 반추하고, 나라는 인간을 탐구하며 조금은 진정한 나에 가까워진 것 같다. 


내 인생의 여정이 ‘자기실현'에 가까워지는 길이길 바란다는 생일 소원을 빌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께 선물 같은 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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