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커넥터 김도희 Jul 30. 2024

퇴사 후 7개월간 깨달은 <비생산성의 쓸모>

인생의 전환기에서 자기 계발보다 중요한 이것

7월 30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지만 이번 생일은 내게 유독 특별하고 의미 있다. 퇴사, 해외 이주, 임신 준비, 커리어 전환 등 인생의 전환기 위에서 맞이한 생일이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삶의 거대한 전환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앞에서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다 가질 순 없는 건지

왜 나는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그러나, 7개월의 휴식기를 지나며 누구나 삶에서 멈춰가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멈춤의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기를 만나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임을 느꼈다.




나를 안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태어난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때문에 스텔러스의 모토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지난호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법>을 정말 즐겁고 위안 받으며 읽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동료를 만난 것 같은 기분에 즐거웠고, “나의 설정과 드라마’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시시한 어른으로서도) 나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문장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런데, 글 말미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란 무엇인가?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나?

철저한 자기 인식이 기반이 되어야 우리는 진정한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자기인식>의 중요성과 <진정한 자기>를 찾는 방법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자기'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진정한 자기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줄 여러 스승과 도구들을 소개한다.


천우희 배우의 인터뷰, 오디세이 플래닝 템플릿 등 ‘나의 이야기’를 되찾는 관점과 방법을 나눠 준 지난 글에 이어 나를 발견하는 여러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글은 지난 글의 후속편이다. 동시에 나를 발견하는 도구(방법론적인 HOW)를 논하기 전, 진짜 ‘자기'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 왜 선행돼야 하는지 탐구해 볼 것이기에, 지난 글의 서론이기도 하다. 주어진 삶을 진정 능동적으로 헤쳐 나가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자아를 넘어, 자기의 이해

자기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우리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깊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혼돈의 전환기 위에서 나는 임상적으로 증명된 방법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스승이 분석 심리학을 창시한 카를 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MBTI의 기틀을 마련한 성격 유형론을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카를 융은 인간의 자아 통합을 위해서는 무의식을 이해하고, 이를 의식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식만으로는 무의식을 이해할 수 없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멘토를 찾고, 독서를 하며 온갖 지식과 지혜를 구하려 다닐 게 아니라, 내 무의식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을. 나를 잘 알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의식으로는 심연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예컨대 얼마 전 친밀관계경험조사 테스트를 통해 나에게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 회피성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기 욕구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남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어두운 현실을 외면 또는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회피성 성향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애착이 삶에서 중요한 이유

* 친밀관계경험조사 테스트


출처:챗GPT

융을 만난 후 (‘나’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면서)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회고하는 일기를 써봤다. 일기를 쓰는 특별한 방법을 찾아본 건 아니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나에게 부정적이거나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떠오르면, 그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활자로 뱉어냈다. 지난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엉엉 울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콤플렉스를 마주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합리화하고, 억누르고 외면하며 만들어진 감정의 집합체, 즉 회피가 무의식 기저에 남아 있던 것이다.


비로소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짜 나의 모습을 마주했다. 부끄럽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도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하고 나아갈 수 있어서. 융은 콤플렉스 자체는 항상 부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설적인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대결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라도 내 안의 콤플렉스를 마주하게 되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도서]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융 심리학이 말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시간


융에 따르면,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의식과 의식적인 자아를 통합한 온전한 <자기 실현>이다. 아쉽게도 이는 완벽히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살아가며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과제이자, 삶의 과정이라고 한다.


진정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는 것은 결국 내 심연의 무의식에 말을 건네고, 치유가 필요한 콤플렉스가 있다면 보듬어 주고 의식의 세계로 꺼내주며, <자기 실현>에 가까워지기 위해 내가 노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자기 이해에 도움이 되는 9가지 도구' 와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인물 소개'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7/31 발행)


전문을 읽고 싶다면, 스텔러스 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글쓰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전 11화 혹시 직무에만 나를 가두고 있진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