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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득 Jul 22. 2021

비유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안 글쓰기

원래 월요일에 글을 올렸어야 하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수요일을 지나 목요일이네요. 그래서 뭐라도 하나 후다닥 올려보려고 합니다. 아주 짧고 간단한 것이라도 말이죠. 무엇을 올릴까 궁리하다가 문득 비유에 대해 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비유 역시 예일대(예시, 일화, 대화)처럼 글쓰기의 조미료 같아요. 적절한 비유가 들어가면 글맛이 확 살아나니까요. 좋은 비유를 드는 법은 많이 있겠지요. 제가 주로 쓰는, 쓰려고 노력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면, 비유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드는 겁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우물 안이 세상이고 세계이고 우주이겠지요. 우물 안 개구리가 무슨 말을 한다면 당연히 우물 안의 이야기겠지요. 우물 안 개구리가 만일 비유를 든다면 우물 안에서 들 거고요. 아무리 멀리 가도 우물을 벗어나지 않는 것. 저는 비유를 그렇게 들고자 합니다.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서요.



Photo by Drew Brown on Unsplash



얼마 전 예일대 글쓰기 에서 예로 든 '우산 잃어버리기'에는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장마라 그날도 비가 왔다. 순천향대학병원 정류소에서 탄 김 대리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을 때 나는 놀랐고 당황했다. 그것은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난 고대소설적 우연 때문은 아니었다. 버스가 남산터널을 지날 때부터 나는 차창에 맺힌 수많은 빗방울이 사선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생물시간에 본 정자의 운동을 떠올리고 있었다. 김 대리는 환하게 웃었고 나는 수줍게 웃었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 그는 내 옆에 앉았다.



이럴 때 침묵은 마치 맑은 날의 우산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침묵이 끼어들지 못하게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한다. 우선 어쩌다 지금 이 시간에 이 버스에 타고 있는지를 서로에게 해명하고,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각자 가족의 사진 속 행복을 자랑하며, 자주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못하는 동료들의 근황을 나누었다. 그래도 장마철 비처럼 침묵이 찾아오자 우리는 할 수 없이 몇 번이나 했던 '우산 이야기'를 꺼냈다."



위의 글에는 침묵에 대한 비유가 두 번 나옵니다. "이럴 때 침묵은 마치 맑은 날의 우산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도 장마철 비처럼 침묵이 찾아오자 우리는 할 수 없이 몇 번이나 했던 '우산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어색하고 불편한 침묵을 비유할 표현은 많이 있겠지요. 반드시, 자주 찾아오는 침묵을 비유할 문구 역시 적지 않을 테고요. 그러나 저는 우물 안에서 비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비와 우산으로 이루어진 '우산 잃어버리기'의 세계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말이죠.






. 너무 후다닥 쓰느라 정작 중요한 내용을 빼먹었네요. 그러니까 이렇게 우물  개구리처럼 비유하면 글쓰기에 무엇이 좋다는 건지 말해야 하는데요...  의견은 이렇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세계가 우물 안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작가 입장에서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잊어버리지 않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요. 나아가 제약은  쓰는 이에겐 창의력을 발휘할 좋은 구실을 마련해주는데, 우물  개구리처럼 비유하기가 제법 쏠쏠한 구실이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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