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너무 커서 좁은 산길을 데리고 다니기엔 민폐를 끼치는 것 같고, 코코는 흙길을 싫어하니 이제 남은 건 루루뿐이다. 루루에게도 기회를 주기는 해야겠다만, 루루의 경우에는 사실 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 집 댕댕이들은 엄마 닮아 겁들이 아주 많다. 루루는 우리 겁쟁이들 중에서도 상 겁쟁이라,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도 3보 1 주저앉기를 시행할 뿐 아니라, 집에서 5미터 정도만 떨어지면 고개를 돌려 집 방향을 줄곧 확인하는 아이이다. 게다가 무슨 소리라도 나면 그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아니 그 소리가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절대! 바닥에 붙은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번쩍 들어 안아 올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다.
차를 타면 어찌나 무서워하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지다 못해 숨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보니 멀리 데리고 나갈 수도 없다. 다른 아이들이 100 미터쯤 나아갈 때 루루는 5 미터 나아가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 (물론 루루 다리가 제일 짧기도 하지만), 다 같이 산책을 나갈 때는 루루 전용 가방이 필수고, 그렇게 안겨 산책을 하면 그래도 엄마 품에서 안정이 되는지 산책 나갈 기미가 보이면 자기를 데리고 가라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한다.
고만큼의 산책을 하겠다고 나가서 조금씩 냄새를 맡기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마킹을 하거나 용변을 보지도 않는다. 집으로 거의 다 돌아올 때쯤 발걸음이 제일 빨라져 뛰다시피 마당으로 들어가자마자 오줌을 누는 루루를 보면, 그렇게 겁내면서도 나가고 싶어 하는 루루가 짠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전용 가방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루루를 보면 항상 의문이 생긴다.
"루루야, 걸어 다니지도 않을 거면서 넌 왜 나가고 싶어 해?"
그런 루루를 데리고 차를 타고 산에 가겠다고? 평지도 걷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하겠다고? 하아......
차로 십 분이 걸리지 않는 곳이니 루루 호흡이 거칠어지기 전에 어찌어찌 도착을 했다만, 처음 20분은 돌길이라 짧은 루루 다리로 걸어가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 안고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길을 오를 때도 안고 가다가 어쩌다 완만한 길이 나오면 (그래 봤자 5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겠지만) 루루를 내려 걷게 하고, 그만 걷겠다고 버티는 루루를 저기 비탈길 나오기 전까지 걸어가면 다시 안아주겠다고 어르고 달래 가며 그렇게 산을 올랐다. 쉼터가 나올 때마다 물 주고, 당근 주고, 간식 주고....... 루루야, 너 이렇게 먹을 만큼 걷기는 한 거니? 마루랑 40분 걸려 올라온 길을 루루와는 70분이 걸렸다. 대부분 내가 안고 올라왔는데도 시간이 이렇게나 걸리다니! 내려가는 길은 루루의 짧은 다리에 무리가 될 것 같아 그냥 안고 가기로 한다. 그래도 엄마한테 이렇게 안겨 다니며 간식 얻어먹는 재미가 좋은지 루루 표정이 밝다. 루루 표정이 밝은 만큼 내 눈밑엔 다크서클이 내려앉았지만, 루루가 좋다면 그걸로 됐다.
루루와의 산행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박장대소를 한다. 내가 고생한 게 그렇게 좋은가 싶어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려고 하는 차에 남편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