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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Nov 16. 2022

마당이 없어도, 파인애플

대파, 망고, 아보카도, 파인애플 등등, 코로나 시대에 부쩍 늘은 식집사들이 한 번쯤 시도해봤을 품목들이다.

나도 대파를 시도해보았는데, 처음엔 마트에서 산 대파를 뿌리만 심었는데도 자라나는 것을 보고 그저 신기해하다가, 동네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대파를 한아름씩 안겨주시는 탓에 텃밭에 키워둔 아이들도 다 소비하기가 어려워 금세 흥미를 잃었다.


그러다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박세리 선수가 파인애플 키우는 것을 보고, 다음 날 바로 마트로 달려가 파인애플을 구매하여 밑동을 댕강 잘라 흙에 심어 보았다.

파인애플의 잎 부분을 살살 돌리면 분리가 되고, 분리한 줄기를 물에 담가 발근 시킨 후 흙에 옮겨 심어야 한다는데, 난 그냥 칼로 대충 잘라내어 흙에 심은 것도 아니고 살짝 올려두기만 한 상태로 물을 주며 방치하였다.

두세 달쯤은 자라는지도 모르게 흙에 올려진 상태로 시들지 않고 잘 버티길래, 열대과일이니 해를 실컷 받으면 좋아하겠지 싶어 여름 내내 마당에 내놓았더니 어느 날부터 자라는 게  보이더라.  

1년이 조금 안된 지금은 흙으로부터의 높이가 30 센티미터 이상 되는데, 아직도 안쪽에서 계속 새잎이 나오는 중이다. 방치해 둔 녀석이 혼자 알아서 잘 자라주니 너무 예쁘고 고맙다. 2년이 넘어야 열매가 열린다는데, 수확이 목적이 아니지만 열매 맺는걸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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