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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Nov 23. 2022

가장 오래 공들인 그림

어쩌다 보니 3개월이나 걸렸다.

왜 그렇게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바탕색을 칠하고 붓을 뻗어낸다는 것이 털을 하나하나 표현하기 시작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코코의 털 하나하나를 올려 그리다 보니 두 시간 내내 털 표현만 하는데도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또 덧 그리기를 반복했다. 털이 굵게 표현되지 않도록 붓끝에만 집중하다 보니, 붓을 쥐고 있던 손이 굳어지고, 온몸이 경직되어 담이 결리기도 했다.

누군가는 한국화 같다고도 했다. 신기해하며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법이 특이해서 마음에 든다며 이 기법으로 끝까지 그리라는 선생님의 엄명(?)에 물감을 뭉개지도 못하고 그렇게 석 달을 그렸다.

보통 두 달에 석점 이상의 다작을 하는 내가 석 달 동안 이거 하나 그리다니, 인내심을 체감하는 시간들이었다. 마지막엔 털들이 많이 굵어졌지만, 처음 툭툭 짧게 끊어 그린 털들은 내가 봐도 기특하다.

코코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너무 큰 그림이 무서운 건지, 그림을 들이대자 피하기 바쁘다.

아직 그림을 걸 자리를 찾지 못해 한쪽에 놓아두었지만, 내가 오랜 시간 공들인 그림이니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벽을 내줘야겠다.


내가 가장 공들여 오래 그린 그림인데, 그림의 주인공인 코코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코코의 표정




내가 코코를 포함해 5개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남편이 그린 호랑이도 소개하겠다.

보통 그림 하나를 6개월씩 그리는 남편이 이번에도 7개월에 걸쳐 그린 그림이다.

남편은 원래 그림을 세심하게 잘 그리는 사람이라, 느낌과 색감 위주의 내 그림을 항상 비웃는다. 내 그림을 비웃을 때는 딸도 꼭 아빠랑 한편이다. ㅠㅠ

그래, 잘 그려서 좋겠다! 느끼는 대로 그리면 되는 거지, 뭐 꼭 똑같아야 하나.......


미술학원 입구에 걸린 남편의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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