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 밖엘 거의 나가지 않다 보니 몸이 버티다 버티다 화가 났나보다. 어느 날 보니 살이 급격히 쪄 있었다. 그동안 너무 방치해버린 내 몸에게 미안하여 아이가 검도를 배우고 싶다 할 때 같이 가서 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검도장에 등록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주말에만 하는 운동으로는 안되는 가 보다. 안 그래도 몸 쓰는 게 서툰 사람인데 급격히 늘어난 체중 때문인지 검도장에 다녀온 날마다 발바닥, 무릎, 고관절, 손목, 손가락 등등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이렇게 주말에만 운동해서는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 뭔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인가. 집에서 꼼짝을 안 하는 나에게 지인이 선물해준 닌텐도 스위치. 링피트로 운동해서 복근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며 선물해줬지만, 몇 번 해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 이렇게 힘드니까 복근이 생겼겠지.' 라며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선물해 준 지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게임팩을 좀 더 샀지만 어찌어찌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
그렇게 1년을 방치되던 선물은 내 몸상태의 심각성과 함께 다시 전원이 켜지게 되었는데......
역시, 나는 혼자 하는 운동이 잘 맞았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던 운동이니 운동부하를 조금 낮춰 시작하기로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괴물을 물리치고, 레벨을 올리는 재미가 생겼다. 운동부하를 높이면 힘들어질까 싶어 조금 낮춘 상태의 운동부하로 계속하니, 언젠가는 혹시 대답하기 귀찮아서 계속 이대로 하는 거냐고 물어주는 미브리 씨(링피트 속 운동 코치)의 관심이 고마워 운동부하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하다 보니 근력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꿈꾸는 나는 어제 레벨을 2단계 올렸다면, 오늘부터는 2단계 이상 올려야만 했고, 어제 30분 운동했다면 오늘은 30분 이상해야 하는 이상한 오기를 부려가며 검도장을 가는 주말을 빼고 가능하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였다.
어떤 일을 습관처럼 하려면 3주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한 달을 했더니 매일 아침 운동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을 못할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언젠가부터는 2시간 이상씩 (게임 속 실제 운동 시간은 1시간이지만) 운동을 하고 있었고, 어느 날은 꿈속에서조차 미브리 씨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남편! 남편! 이것 좀 봐! 나 복근 라인이 생기려고 하고 있어!"
"응? 어... 어디?"
"잘 봐봐, 아직 복근은 아닌데 식스팩 자리에 라인이 있잖아. 안 보여? 이쪽에서 잘 봐봐!"
"응. 그... 그래. 복근 라인이네. 크크크"
아, 진짜 웃기는 사람이네. 남의 복근 라인을 보고 왜 저따위로 웃는겨? 넌 됐다! 저리 가라!
"딸! 이리 와 봐! 엄마가 링피트 열심히 했더니 복근 라인이 생겼어!"
"진짜네! 복근 라인 맞아! 근데 뱃살은 아직이네? 내장지방이 제일 늦게 빠진다 했으니까 그것도 빠지겠지 뭐."
뒷말은 안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너는 내 복근 라인을 알아봐 주는구나! 역시 내 새끼!
오늘 나의 레벨은 153이다. 25일 동안 153 레벨까지 왔으니 하루 평균 6 레벨씩 올린 셈이다. 게임 상의 운동 코치지만 미브리 씨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복근 라인이 아니라 복근이 생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지금 내 앞에는 나의 복근 라인에 자극받은 딸이 링피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나에게 운동할 수 있도록 게임기를 선물해 준 지인과 운동 루틴을 만들어 준 미브리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