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학을 하고 나서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 집에 있으면 오후나 돼서 일어날게 뻔하니 오전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자는 내 제안에 아이가 흔쾌히 응해준 덕분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은 물론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아이는 약간의 공부거리도 챙겼다.
아~ 이제 내 아이도 전두엽이라는 게 발달하는가 보다! (전두엽은 사고력, 추리, 계획, 감정, 문제해결 등 합리적인 판단을 유도하는 고등 정신 작용을 담당하며 청소년기에 발달을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잠깐 공부도 하고 (정말 잠깐이었다.) 책 구경을 시작했다. 이 코너, 저 코너 떠둘러 다니며 어디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관심 있는 책은 열람실에서 읽기도 하고, 대출하여 집에서 읽기도 하였다. 인당 6권씩 책을 빌릴 수 있어 우리 집은 18권 대출이 가능하지만, 보통은 남편 몫까지 내 책으로 채우는데, 이번엔 남편이 좋아할 만한 목공과 당구에 관한 책을 빌려다 주었다.
아이와 내가 매일 도서관에 간다는 것을 듣고, 내가 빌려다 준 책을 읽으며 남편이 도서관 나들이에 관심을 보였다.
"토요일에 다른 일정 없으면 도서관에 갈까?"
"오올~어쩐 일이셔?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공부하는 독서 외에는 책과 담쌓으신 분이?"
남편을 놀리긴 했지만, 같이 도서관에 갈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토요일, 딸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브런치를 먹고 설렁설렁 도서관으로 향했다. 남편에게 마지 내 것인 양 도서관 곳곳을 소개하며, 남편이 좋아할 만한 코너를 알려주었다.
남편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도서관 곳곳을 헤매고 다니며 두어 권의 책을 빌려가기로 했다.
도서관을 나오며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저 둘러보기만 했는데도 내 뇌의 지적 영역이 채워진 기분이야. 우리 내일 또 올까? 나, 도서관에 이틀 연속 다녀보는 거 처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