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희_오늘 내가 발견한 기쁨과 감사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다며 의도적으로 선택하여 태어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어떤 뜻에 의해 혹은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난다. 죽음도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젊은 시절, 죽고 싶었던 적도 꽤 있었으나 차마 선택할 수 없었다. 선택하지 않았던 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섭리에 따라 때가 이르면 죽음은 나를 찾아온다. 그 때를 알 수 없다. 탄생과 죽음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오늘, 지금 여기 삶'은 내가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분별이다. 그 두 가지를 구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삶이 좀 더 홀가분하고 가뿐해지리라.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인생을 내가 주인공이 되어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가고 싶다. 나에게 얼마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찬 물로 세수할 때 뺨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물줄기를 기억한다. 그 순간 살아 있음을 느낀다.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며 몸을 움직이며 나의 몸을 자각할 때 내가 살아있구나, 감각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고요하게 몸과 마음의 균형 감각을 감지하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낄 때 더 이상 바랄 게 없이 감사하다. 큰 아이의 나즈막한 목소리에서 그다운 삶의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내 심장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알알이 기쁨이 열린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도, 나도, 깊고 맑은 호수가 된다. 호수에서 졸졸 흘러나온 맑은 물이 가슴을 따스하게 적시고 우리의 머리카락은 예쁘장한 꽃잎들로 가득 흩날린다. 향기나는 따스함으로 볼을 바알갛게 달아오르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기쁨과 감사가 대단한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안다. 아주 작은 삶의 순간 순간에 집중하다보면. 반가운 손님처럼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지금 여기를 놓치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내 심장과 주변을 가만히 살펴 나답게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갈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내딛는 오늘, 오늘, 순간, 순간이 모여 나다운 삶의 강물로 흘러갈 것이다. 오늘 느꼈던 기쁨과 감사의 순간을 수집하다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래, 삶, 살아볼 만하다. 의외로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