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담홍 May 10. 2024

사랑관계

<어린 왕자>를 읽고 필사하며...

“꽃들의 말은 절대로 귀담아들으면 안 돼. 그저 바라보고 향기를 맡아야 해.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롭게 해 주었는데, 난 그걸 즐길 줄 몰랐어. 발톱 이야기에 나는 아주 화가 났거든. 마음을 너그럽게 먹었어야 했는데...”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마음시선)>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 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내게 향기를 뿜어주고 나를 환하게 밝혀줬는데. 그렇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어! 꽃의 대단찮은 심술 뒤에 숨은 애정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은 정말이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잘해!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마음시선)>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장미는 왜 까탈스러운 허영심으로 어린 왕자를 괴롭혔을까?


어쩜 나도 그럴 때가 있지 않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면 되는데,

비꼬거나 다른 것에 빗대어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어떨 때는 어린 왕자처럼 있는 그 '말'에 갇혀 상대의 진심을 바라보지 못하고 마음 불편해하며 괴로워하지 않았나.


때론 장미처럼 때론 어린 왕자처럼 사랑을 한다.


남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연애 초, 이 사람을 만날까 말까 했던 시간.

만남을 시작했을 때, 설렘과 동시에 두려웠다.

'지금은 좋다고 하지만 나중에 나한테 질려서 싫다고 가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래서 남자 친구이었던 그가 나에게 조금만 관심이 없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할 때면 '우리 그만 헤어져'를 외쳤다. 끊임없는 반복적으로.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나를 꼭 안아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해본다.


결혼 초반에는 고정관념, 어려서부터 자리 잡은 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 하는 관념. 그래서 일이 바빠 살림을 뒤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남편에게 늘 미안해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살림을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내적 갈등이 심했다. 남편은 가정 부양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나는 살림을 잘해 나가야 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서 충돌이 일어났다. 그리고 임신과 육아를 하면서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포기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오래 필요했다. 그 시간이 길어진 만큼 남편과의 다툼이 지속되었다. 결혼으로 인해서 내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 사랑이 바탕이라는 본질을 잊고 자꾸 손이익 관계를 따지게 되었다.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 시간은 괴로움을 잊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놀이하면서 깔깔거리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 시기를 버텨나갔다.


결혼 중반쯤 갔을 때, 나는 화가 많고,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쌓여있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항상 일관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환경은 그만큼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불평불만의 원인을 모두 남편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나는 서서히 그것을 깨닫고 남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고 삶에 하나씩 적용했다. 감사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었다. 이 다독이는 시간 덕분에 나를 조금씩 안아주고, 남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실은 남편도 나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런 마음을 가슴에만 담고 있지 않고 남편에서 가만가만 표현했었다. 남편도 그때 시기를 돌아보며 그럼에도 자기가 조금 부족했었다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스르르 마음이 풀리기도 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육체적인 노동 강도가 약해지고 삶의 여유가 조금씩 들어오는 시기가 오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남편과의 다툼은 심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예 안 싸우거나 찰떡같이 의견이 잘 맞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서로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잘 지내고 싶고, 잘 살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는 것을. 그러기에 싸우다가도 잠시 멈출 줄 알고, 서로 상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몰라도 우리 관계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처음에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만큼 그 시간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과 존중하는 시간, 깊이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요번에도 조금 삐걱거리는 시간을 보냈지만, 이 또한 또 잘 풀어나갔으니깐. 앞으로도 어떤 일이 생겨도 둘이, 넷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니, 이것을 잊지 말고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마주 하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병자였는데 병자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