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장편소설'을 읽다가...
“그러고 보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한없이 몸이 꺼지더라고. 기운도 없고. 민철이 낳고 한동안 병자처럼 살았던 것 같아. 뭐, 병자가 맞긴 했지. 몸 여기저기가 다 아팠으니까. 그런데 몸이 아픈 건 이해가 가는데, 마음이 왜 아픈지를 모르겠는 거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 <p.15>
출처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 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 보면 더디게 나.” <p.16>
출처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병자였는데 병자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이 문장이 읽는 순간
오열을 해버렸다.
무엇이 왜인지도 모른 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오디오북을 정지시키고
목 놓아 울어버렸다.
아, 이 책 뭐야. ㅠㅠ
결혼 후
20개월 차이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나를
그럴 수 있다고 당연하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이것밖에 안 되냐고 나를 다그쳤다.
능력 없어 보이는 나를 자책하기만 했다.
자꾸 쪼그라들고
세상에 화가 났다.
경제력이 없어진 나에게 화가 났고
두 아이를 버거워하는 나에게 화가 났고
몸이 회복되지 않는 나에게 화가 났고
힘들다는 내 외침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이렇게 화만 내고 있는 나에게 또 화가 났다.
첫째를 재우고 늦은 밤 설거지하다 말고
매일 같이 싱크대에 쪼그려 앉아 울던 내가 가엽고,
이른 아침 잠든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출근하며
미안해하던 내가 안쓰럽고,
아이가 아픈데 어찌할 수 없어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하며
발 동동 구르던 내가 짠하다.
그 시절을 잘 지나와 지금의 내가 있지만
그렇다고 다 괜찮아진 건 아니었나 보다.
둘째만 낳고 이별을 고하려고
이 악물고 살았던
독하게 다짐하면서도
한없이 마음 약했던
상처투성이였던 내 몸과 마음이 상기되어
나는 펑펑 울었다.
나는 병들어있었지만
그건 옳지 않은 거라 빡빡 우겼던 것이다.
웃음을 잃어갈 때 그때서야 쉬기로 했었다.
멈추고 나서야 나는 상처 받은 나를
화가 나 있는 나를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
화 많던 내가 싫어서
화를 안 내고 싶어 시작했던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화를 누르는 거라 알았는데 아니었다.
잘 풀어 나가야하는 것이었다.
화를 잘 풀기 위해
읽고 썼던 일.
필사를 통해 나오는,
내가 잊었던 나를 만져주며
그렇게 병들어 있던 나를 치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