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밥하는 일을 제일 미루고 있고, 제일 귀찮아하고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정성을 들여 김치찜과 감자전을 하는 나를 보며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뭐 할 때 가장 뿌듯해?"
(아이는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오랜만에 밥 짓기에 정성을 쏟고 있는 엄마가 의아해서? 거기다 이날은 일도 늦게 끝나 기운이 쭉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밥을 하고 있어서?)
그 말에 나는 가만히 머물렀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뿌듯할까?' 그 당시 밥을 하고 있는 찰나였고, 또한 내 진심이었기에
"엄마가 해 준 밥 너희들이 맛있게 먹을 때 가장 뿌듯하지!"
아이는 나의 대답에 "정말?"이라는 물음을 한 번 더 날렸다.
"응. 사실 밥 하기 귀찮기는 해. 그런데 막상 너희들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세상 제일 뿌듯해. 웃기지?" 하고 나는 민망함에 웃어버렸다.
늘 마음 한쪽에는 밥을 잘 챙겨줘야지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2~3년 전만 해도 밥상에 정성이었던 나였다. 코로나에 걸려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하더니 점점 배달 음식 또는 외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밥하는 게 귀찮아졌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해 준 밥보다 배달 음식과 외식을 좋아한다. 내가 밥을 하면, 라면이나 김 아니면 참치 캔을 찾는 사람이다. 그래서 밥 하는데 흥미를 못 느낀다. 아이들 같은 경우는 무엇을 해 줘도 잘 먹는 편이라 즐겁지만 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기운이 빠진다. 그렇다고 남편이 원하는 음식을 해주기엔 나의 에너지 소비가 많다. 매번 닭볶음탕, 제육볶음, 갈비 등 요리다운 음식을 하긴 쉽지 않다. 나의 주 음식은 계란찜,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미역국 등 아주 소소한 백반이라면 우리 남편은 궁중 음식을 선호한다고 하면 되겠다. 이런 핑계로 남편이 함께 밥을 먹을 때면 남편에게 밥을 미룬다. 남편이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기가 한 음식을 제일 잘 먹는 사람이니깐. 그리고 플러스알파 외식을 좋아하고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간이 허락한다면 밖에 나가서 먹자고 한다. 이런 생활을 몇 년 하고 나니, 가계의 사정이 문제가 되었다. 외식으로 소비되는 지출비용이 크게 차지했고, 그 또한 나는 한동안 모른 척했다. 매번 외식할 때마다, 내가 돈 돈 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 나라고 편한 걸 몰라서, 맛있는 걸 몰라서 그럴까. 결국에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남편의 의견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해." 이 두 마디로 인해 나는 점점 밥에서 멀어지고 우리 집 경제에 손을 떼고 있었다. 배달 음식과 외식, 경제를 남편에게 맡겨놓고 눈을 감았다. 눈을 잠깐 감은 거 같은데, 우리 집 밥상과 경제 상황을 저 멀리 너무 산으로 와 있다. 요즘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밥상에 정성을 기울이고, 외식을 최소로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늘리는 건 쉬운데, 다시 줄이는 것 쉽지 않다. 다행히 남편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고 외식을 줄여야겠다고 하니 쉬이 동조했고 자신도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체감한다고 했다.
내 밥을 안 먹는 남편을 탓하기 이전에, 나의 요리 실력을 좀 늘리고, 최소한 주말 한 끼 정도는 남편이 원하는 요리를 하려고 노력해 보자.
남편에게만 노력을 강요할 수 없다. 귀찮아하는 날 위해 매주 주말 아침을 책임져주는 남편 아닌가. 평일에도 일하느라 힘들까, 힘들면 애쓰지 말고 애들이랑 밥 시켜서 먹으라고 토닥여 주는 사람 아닌가. 좋은 면, 고마운 면을 자꾸 보자. 그리고 나도 남편에게 정성을 들이자. 자꾸 기대하면서 무언가 바라는 걸 안 해준다 토라지는 요즘의 내 모습, 좀 별로다. 내가 나를 볼 때, 만족스러운, 뿌듯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