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갑자기 화가 올라왔다. 최근 들어 저녁을 2~3번 차리고 있다. 가족들 저녁 시간이 맞지가 않다. 둘째는 5시경, 남편과 나는 6시경, 첫째는 학원 끝나는 시간이 8시 넘을 때가 많다. 그럼 첫째는 그때 늦은 저녁을 먹는다. 결국 나는 저녁 5시부터 9시, 10시까지는 살림 타임이다.
반면 남편은 저녁 먹고 8시 땡하면 운동을 간다. 나도 8시 땡하면 살림을 마무리하고 운동가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아이 저녁을 차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 아이의 밥을 챙기고 있다.
이 상황이 반복되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슬며시 화가 올라왔다. 왜 매번 내가 양보해야 하는 걸까? 왜 이런 패턴을 당연하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타협을 해 나가야 하는 걸까? 이런 일련의 과정을 나는 결혼 내내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더 화가 났다.
남자는 밥 먹고 자기 개인 생활을 위해 큰 거리낌 없이 나가지만 나는 개인 생활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에게 부탁해야 하고, 아이가 혼자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당부해야 한다. 그리고 외출 뒤에는 쌓여있는 살림을 마무리해야 한다.
남편에게 말하면 분명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운동가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살림을 한다. 재활용을 버린다든지,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넣어 놓던지,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갠다는지 굉장히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런 사람한테 내가 더 무언가 말하면 욕심인가? 이런 생각들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남자들이 우리 집 남편처럼 한다면 대부분 대단하다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게 불편하다.
어찌 보면 아이 밥을 챙겨줄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고, 저녁 시간에 맞춰 남편이 퇴근해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내가 몇 년 전에는 그토록 꿈꾸던 일상을 이루고 이었으니깐.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더니, 나는 욕심을 부리는 걸까?
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외치고 있다. '나도 살림에 주체가 아닌, 거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살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