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선영의 머리가 검은 그랜드 피아노에 세게 부딪혔다. 선영이 내동냉이 친 열쇠꾸러미에 발이 걸려 미끄러진 것이다. 대리석 바닥에 쓰러진 선영은 점차 의식을 잃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들이 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악착같이 살아내느라 이미 굳어져버려 죄의식조차 없었던 지난 잘못들이 보였다. 선영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천국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잘못했다고 신께 중얼거렸다. 피아노 선율은 사라지고 고양이 울음소리만 텅 빈 집을 채웠다.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셨다.
‘아 여기가 천국인가……. ’
바닥이 차가웠다. 천국은 따듯한 곳이 아니었던가. 눈을 비비 고나니 움직이는 것들이 보인다. 찰랑거리는 교복치마를 입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등교하는 아이들이다. 등굣길 한 복판에 누워있다가 깜짝 놀라 앉았다. 한 아이가 다가와 선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니 뭐 하는 짓이야!”
아무리 악을 써도 고양이 소리만 난다. 뭔가 이상하다. 그 순간 몸을 뒤덮고 있는 회색빛 털들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선영의 손이 털이다.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 아무리 봐도 사람 손이 아니었다.
승희다.
‘난 교장인데, 내가 안 보이는 건가 ’
그제야 가끔 승희가 고양이에게 추르를 준다는 것이 생각났다.
'내가 고양이라니...'
나
'박선영이 고양이라고?'
'하필이면 고양이로 태어나다니…….'
소리를 지르는 순간 혀가 먼저 반응한다. 승희가 쓰다듬거나 말거나 츄르를 한참 정신없이 핥아먹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