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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Oct 29. 2021

31_캐네디언 로키를 가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로키를 향하여~

밴쿠버 살면서 누구나 꼭 한 번(아니면 몇 번씩) 다녀오는 여행지에 꼽히는 로키.. (밴쿠버 주민 필수 여행지라면 아마도 빅토리아, 시애틀, 로키가 아닐까 싶다) 만수 아빠 오면 같이 가려고 생각하던 곳인데, 갑작스레 우리 모녀 둘이 떠나게 되었다. 로키는 여름에 가야 한다는데 아이 아빠는 일정이 바뀌어 11월에 오기로 했기에 여름 방학이 끝나기 직전 9월 초에 3박 4일 패키지 투어(이번에도 역시 한국인 여행사)로 다녀왔다.


미국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버스 인원은 많았지만, 역시 여름방학이 끝나서인지 만수 같은 어린이들은 거의 없었다. 갈 때 하루, 올 때 하루 걸리는 버스 여행의 지루함을 견디게 해줘야 하는데, 일행 중에 초등생들이 거의 없다는 말에.. 고민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떠나기 전날 저녁 닌텐도를 사줬다는..(흑.. 너무 비싸..) 다니다 보니, 미국에서 온 7학년 언니도 하나 있었고, 한국에서 여행 온 2살 위 오빠도 하나 있어서 심심치는 않아했다.



로키 향하는 길에 점심 먹은 곳. 사막에 있는 메릿(Merrit)이라는 작은 도시다.




작고 예쁜 마을 Jasper 점만 찍다

캐네디언 로키에는 4개의 국립공원이 있다고 한다. 재스퍼 국립공원, 밴프 국립공원, 요호 국립공원, 하나는 쿠트니 국립공원이던가.. 우리는 쿠트니만 빼고 세 군데를 맛보기로 들렀는데, 그중의 하나인 재스퍼 국립공원 내의 재스퍼 시내이다. 15분쯤 있었던가.. ㅎㅎㅎ 예쁘고 앙증맞은 도시라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재스퍼 시내 들러주는 여행사는 우리가 간 여행사밖에 없다고 했다.



재스퍼 시내



재스퍼 국립공원에 있는 아사바스카(Athabasca) 폭포




컬럼비아 대빙원(Columbia Icefield)에서 팔각수 맛보기

컬럼비아 대빙원은 1만 년에 걸쳐 형성된 빙하란다. 헐.. 두께가 350미터 정도 되고.. 북극을 제외하고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빙원이라고 한다. 빙하 1센티가 되려면 눈이 12미터가 쌓여야 한다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거다.


이 빙원에 들어가려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설상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바퀴가 거의 우리 딸 키만 한 차다. 그냥 스키장 같은 눈밭에 있는 느낌이랑 다르지 않았는데, 사실은 엄청난 얼음덩어리 위에 있었던 거다.



'김만수 어린이 빙하에서 반팔 입고 눈사람 만들다'



빙하에서 눈사람 만드는 아이들.. 영광이다. 원래 일정 중에 여기가 가장 춥다는 곳이었는데, 날씨가 너무나 좋았고 따뜻했다. 빙하에서 나오는 물은 빙하가 녹은 청정 무공해 팔각수란다. 우리가 보통 마시는 물은 육각수라고.. 미리 빈 병을 준비해서 좀 받아왔는데, 기분 탓인가.. 보통 물이랑은 조금 다른 듯한 맛. 갑자기 힘이 솟고 건강해진 느낌이다. ㅎㅎ



로키에서 만난 야생곰

버스에서 마구마구 졸다가 딱 깼는데, 느닷없이 창밖에 보이는 야생곰 한 마리.. 이런 퍼펙트 타이밍이 있나.. 이게 무슨 사파리도 아니고.. 내가 앉았던 방향의 사람들 모두 동시에 큰 소리로 "곰이닷~" 버스는 시속 100킬로 이상 달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곰을 지나쳐 한참 갔는데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 '쌤' 아저씨(사실 아저씨라기엔 할아버지에 가깝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었다.) 5백 미터 정도를 후진하셔서는 곰 옆에 차를 세우고, 다른 관광회사 버스는 못 보게 차단을 하신다. ㅎㅎㅎㅎ 뒤따라오던 다른 여행사 버스는 우리 한참 앞에 차를 세우고 감질나게 곰 구경.. 우리 자리는 곰이랑 서로 딱 마주 보는 자리..  이 곰 진짜 히트였다. 우리 보는데 응가까지.. 깔깔 웃으며 즐거웠던 시간..


나 곰: 뭘 보셔??



로키의 유명 야생동물들을 소개합니다.

1. 무스(moose) – 캐나다 기념품 가게에 많이 등장하는 양쪽 뿔이 멋진 큰 사슴. 버스 창밖으로 보긴 했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2. 흑곰(black bear) – 우리가 본 그 곰. 로키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단다.

3. 큰뿔양(bighorn sheep) - 이것도 로키에서 볼 수 있다는 야생동물 중 하나. 버스 창밖으로 봤는데 정말 뿔이 멋졌다.


왼쪽 사진의 동상이 moose, 오른쪽 사진이 bighorn sheep



물 색깔이 환상인 피토 호수(Peyto Lake)

정말 정말 이 호수의 물 색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물감을 풀어놔도 이런 색은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모두들 얼마나 감탄의 환호성을 질렀는지.. 로키에 있는 호수들은 전부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빙하호수의 특징이라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석회암 같은 바위도 깎여 내려와 퇴적된 모래들과 함께 이런 색을 띠게 된다고 하는데, 많은 호수들 중에서 최고의 물 색깔은 이 '피토 호수'인 것 같다. 곰발바닥 모양으로도 유명한 호수다.


피토 호수


 

아래 사진은 보우 호수(Bow Lake)라는 곳인데 보우 호수는 피토 호수보다는 좀 더 맑은 에메랄드빛이다. 피토 호수는 전망대에서만 봐서 좀 아쉬웠는데, 여기는 가까이서 보니까,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빛이 그야말로 영롱했다.


보우 호수





말이 필요 없는 레이크 루이즈(Lake Louise)

로키 여행의 꽃이랄까, 백미랄까, 그 유명한 레이크 루이즈(루이즈 호수).. 캐나다를 대표하는 사진 중에 으뜸인 바로 그곳.. 사진으로 볼 때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언젠간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 워낙 유명한 곳이라 시간도 1시간이나 준다. 그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유키 구라모토의 Lake Louise를 들었을 텐데..


그곳에 갔다



루이즈 호수 바로 앞에 유명한 호텔이 하나 있다. 이름도 길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숙박객이 아니어도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어 좋았다. 호텔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호수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호텔 커피숍 액자 뷰



호텔 잔디밭에서 우연히 만난 다람쥐.. 이건 청설모가 아니라 chipmunk라 불리는 다람쥐다. 울 딸은 이 다람쥐랑 한참 대화하고 놀았다. ㅋㅋ





밴프(Banff) 시내를 걷다

호텔이 밴프 시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저녁 먹고 호텔에 짐 풀자마자 저녁 산책을 나갔다. 딸아이가 저녁으로 나왔던 스테이크를 안 먹은 바람에 맥도널드도 들르고.. 길거리 구경, 기념품샵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밴프 시내는 너무나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2시간 구경도 너무나 짧았다.


밴프 시내



산책하다가 발견한 시내 중심에 있는 호텔.. 어째 낯이 익다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정 부모님과 이모가 4월에 여행 오셨을 때 묵으셨던 호텔이다. 친정 엄마가 아침에 길 건너에서 사진 찍었다고 하신 말이 기억났다.


같은 해 4월 말과 9월 초.. 4월 말에 저렇게 눈이..




미네완카 호수의 유람선

밴프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 일찍 찾은 곳.. 이곳은 얼마나 추웠던지.. 이 호수는 반은 자연, 반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호수라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크루즈를 타고 호수 끝부분인 '데빌스 갭(악마의 협곡)'까지 갔다 오는 코스다. 중간중간 독수리도 보이고, 나무 위의 독수리 둥지도 보이고.. 풍경은 그다지 ‘와’ 하진 않았지만, 이 배의 가이드가 개그맨급으로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우리 일행들은 호수 구경은 별로 안 하고 배 안에서 가이드와 사진 찍고 노느라 바빴다는.. 배조종사는 아이들한테 배를 조종해보는 기회도 주어서, 울 딸도 잠깐이나마 직접 배를 몰아 보는 기분을 느꼈다.






레이크 루이즈 곤돌라

여기는 겨울에는 스키장이 되는 곳인가 보다. 곤돌라와 리프트가 같이 운행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날씨가 좋아서 리프트를 탔다. 편도 15분 정도 걸리는데, 웬만한 놀이기구 저리 가라였다. 어찌나 아슬아슬 스릴이 넘치는지.. 전망대에서 보이는 레이크 루이즈는 너무나 작았지만, 그 풍경은 또한 역시나 아름다웠다. 날씨가 계속 좋아서 즐거움도 배가 되고 아름다움도 배가 되는 듯..


가운데  작은 파란 부분이 루이즈 호수다. 자세히 보면 사진마다 다 있다.




요호 국립공원

명소가 많은 밴프 국립공원 관광이 끝나고 요호 국립공원에 입성했다.


'자연의 다리(Natural Bridge)'

돌덩어리가 자연스레 다리를 만들었다 해서 붙인 이름, '자연의 다리'. 실제로 건너가지는 못한단다.

Natural Bridge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루이즈 호수 못지않게 너무나 아름다웠던 '에메랄드 호수'.. 물 색깔은 여기가 더 예쁘고 주위 풍경도 못지않게 예뻤다. 여기서 쌤 아저씨(우리 버스기사님)가 경치 좋은 곳 있다면서, "Follow me, follow me"를 외치며 우리 일행들을 데리고 간 스폿. 대부분 다리에서만 사진을 찍는데, 여기는 다리 건너기 전 왼쪽 호숫가다.


에메랄드 호수



쌤 아저씨는 인기 만점이었는데, 대부분의 기사님들처럼 버스에서 쉬거나 혼자 다른 데서 쉬고 있지를 않으신다. 나이도 많으신데 얼마나 열정적인지 모른다. 왕년에 가이드를 하셨기에 숨은 명소를 많이 알고 계셔서 알려주려고 애쓰고, 어떻게든 더 많이 보게 해 주려 애썼다. 울 딸한테도 "She is the only girl in our bus."라고 하시며 귀여워해 주시고.. 레이크 루이즈만큼 시간을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어서 떠나기 아쉬웠다.



샤또 쓰리 밸리 호텔

Three Valley Gap Lake Chateau, 이게 제대로 된 호텔 이름.. 대부분의 여행사 패키지가 여기서 마지막 밤을 묵는 바로 그 유명한 호텔이다. 개나 소나 다 가는 곳 같아서 좀 그랬는데, 기우였다. 정말 이 호텔은 없는 게 없고 놀거리도 많은 리조트 같은 호텔이었다. 이 호텔 창업주가 정말 대단한 것이, 산간벽지에 이 호텔을 지었는데 이 호텔에 있는 모든 것이 다 그 사람이 손수 만든 것이라고.. 심지어 전기도 손수 끌어왔다고.. BC Hydro(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전력공사 같은 기관)에서 큰돈을 요구하자, 호텔 옆에 있는 산을 사서 그 산에서부터 전기를 직접 끌어왔단다. 그러다 보니 이 호텔이 온수가 약한 게 약점이라고.. 지금은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모터보트 모는 사람이 바로 그 창업주의 아드님이란다. 사장님이 직접 모터보트를 몰아주다니 ㅎㅎ 근데 이 모터보트.. 와우! 정말 대박 대박 초대박! 1인당 5달러였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다는 거.. 호텔 앞 호수를 신나게 돌고 오는데, 이 분이 어찌나 스릴 넘치게 몰아주시는지.. 빠질락 말락 빠질락 말락.. 또 스피드는 어떤가.. 정말 백 년 묵은 스트레스까지 다 날린 듯했다. 여행 중의 비싼 옵션들보다도 훨씬 나았다고 다들 입 모아 칭찬, 감탄..


모터보트 강추다!




돌아오는 길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켈로나 와이너리와 오카나간 호수를 지나왔다. 와인 시음도 하고.. (술맛 모르는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스쳐 지나가기엔 좀 아쉬운 곳이었다.

 



로키 여행을 하며 우리 모녀 둘만 보기 너무나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에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친정 부모님과 이모는 특히나 4월에 여행을 하셨기에 그 호수들의 물 색깔을 못 보셨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로키는 4계절의 모습이 다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호수의 에메랄드 빛 색깔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님이 4월에 가셨던 레이크 루이즈 사진을 보면 그냥 주위 경치가 예쁜 거대한 야외 스케이트장 같다) 호수뿐 아니라, 길도 많이 얼어붙기 때문에 여름 기간이 아니면 못 가는 곳, 못 보는 것이 많단다.


캐나다 사람들은 주로 본인 차를 끌고 로키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우리는 버스 패키지여행이었기에 한정된 곳만 감질나게 다니다 보니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거나(나는 모레인 호수도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그곳을 가는 여행사는 없었다), 워낙 이동 거리가 길다 보니 점만 찍고 다니는 느낌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곳들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더 늙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직접 차를 몰고 로키를 다녀오고 싶다. 꿈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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