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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Oct 20. 2021

30_밴쿠버의 화려한 여름

그 해 여름 행복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져서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있던 그때는 7월까지는 여름 분위기가 덜 나고(심지어 쌀쌀해서 추운 날도 있었다) 8월은 정말 환상적인 여름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가까운 도시임에도 습하지 않아 무덥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기도 없는 것 같았다. 집에 방충망도 없었다.) 8월은 너무나 맑고 화창하여 소설가 김영하 님의 표현처럼 햇빛이 바삭바삭한 날들이었다. 



Canada Day 

7월 1일은 캐나다의 건국기념일이라고 한다. ‘캐나다 데이’라고 부르는데, 이 날은 다운타운에 가면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고 하여 호기심에 한번 나가 보았다. 


안 갔더라면 후회했을 뻔했다. 그야말로 제대로 축제였다. 여기저기 캐나다 국기와 먹거리, 볼거리들이 널려 있었고 많은 인파로 북적북적했다. 여러 단체와 회사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선물 공세도 하고 있었는데, 보는 재미, 받는 재미, 듣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네 스카이 트레인 역에서 우연히 만난 울 딸과 친한 같은 학교 이민자 오빠와 그 엄마를 만나 함께 가서 더욱더 즐거웠던 시간..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케이크도 얻어먹고, 자잘하지만 선물도 많이 받아오고, 맛있는 먹거리들도 먹고 이방인이지만 이방인 같지 않게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야외에서는 음악과 댄스 공연이 있었는데, 우아한 빨간 드레스가 인상적인 어느 여가수가 내가 좋아하는 블루스 곡을 너무나 멋지게 불러주었고, 바다와 노스밴쿠버의 산을 배경으로 보는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빅토리아 당일 치기 여행

그 해 여름 제규네와의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여행.. ㅠ.ㅠ 제규네는 원래는 더 오래 있을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유학 1년 만에 귀국하게 되었다. 가족같이 지냈던 터라 얼마나 아쉬웠던지.. (하지만 그때의 인연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온 나의 조카까지 5명이 함께 당일 패키지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차 타고 배 탄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찍는 아이들 ㅎㅎ


우리가 탔던 배는 타이타닉이 되고.. 제규와 울 만수는 타이타닉의 남자, 여자 주인공이 되고.. 제규는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을 부르고.. (헐~ 가사를 다 외운다는..) 만수는 "I'm flying, Jeff"를 남발하며..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Jack이지만, 제규는 Jeff라서.. 이날 얘네들 영화 많이 찍었다. ㅋㅋㅋ


너무 예뻤던 부차트 가든..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뛰어다녔던 기억만 있다. ㅎㅎ



'마일제로' 캐나다 1번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왼쪽은 100년이 넘었다는 유명한 엠프레스호텔, 오른쪽은 BC주 의사당이다




밴쿠버의 여름은 공원이 진리다 

여름에는 날씨가 좋다 보니 공원 피크닉을 자주 갔다. 특히 조카 철이가 와 있던 2011년 여름에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버나비의 여러 공원들을 골라 놀러 가는 재미가 있었다. 행사가 많이 열리기도 했고 물놀이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돗자리와 텐트(원터치 텐트 아주 편했다)와 간식을 차에 싣고 공원으로 향하곤 했다. 


컨페더레이션 파크(Confederation Park)는 기차를 탈 수 있어 우리가 좋아했던 공원이다. 꼬마 기차가 숲을 이리저리 도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볼거리도 많다. 어른들도 타고 동심으로 잠시 돌아갔다 온다. 물놀이도 하고 사발면도 먹고 진정한 여름 피크닉.. 


 


켄싱턴 파크(Kensington Park)에서 페어(fair)가 열린다고 하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았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꽤 많고, 이것저것 볼거리도 있고, 선물도 받고.. 아이들이 너무나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것만큼 흐뭇한 건 없다. 




버나비 레이크(Burnaby Lake)에서는 오리 밥 주는 걸 너무나 재미있어했던 아이들. 블랙베리 따기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는데, 기껏 따와서는 시다고 못 먹겠단다. 




디어 레이크(Deer Lake)에는 카약을 타러 갔는데 겁이 났는지 페달 보트만 타고 왔다. 




다운타운 스탠리 파크(Stanely Park) 입구에 있는 2nd Beach..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 바로 옆인데, 여긴 규모는 작아도 해변가에 수영장도 있고, 놀이터도 있고 애들이 놀거리가 참 많았다. 울 딸은 학교 여름캠프에서도 여길 갔었는데 아주 잘 놀고 왔단다. 뒤편에 보이는 초록색 라이온스 게이트(Lion's Gate: 밴쿠버 다운타운과 노스밴쿠버를 잇는 다리)가 멋지다. 






Playland 

밴쿠버의 유일한 놀이공원인 Playland (PNE라고도 부른다). 여름에만 개장하는 터라(5월부터 9월까지라고 들은 것 같다), 평일에 갔는데도 밴쿠버 사람들이 다 왔는지 어마어마한 인파다. 가장 허걱 한 건 주차비.. 자그마치 20달러.. 2만 원이 넘는 거다. (아마도 지금은 더 올랐겠지만) 여기는 우리나라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는 비교 불가다. 여기는 놀이기구들만 모여 있다. 놀이기구가 다닥다닥 엄청 많았다. 




 Atmosfear라는 놀이기구는 그해 여름에 처음 생긴 거라는데,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탔다. 약 30층 높이에서 그네를 타는 건데.. 정말 아찔아찔.. 어후.. 아래서 볼 때는 별로 빠른 것 같지 않아서 탔는데,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고, 정말.. 어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울 딸은 후룸라이드가 재미있다고 철이랑 4번이나 탔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서, 그것도 양 손까지 번쩍 올리고.. 웬일이야.. 겁쟁이인 줄 알았더니.. 이때부터 나랑은 다른 아이라는 걸 알아봤다. 놀이기구 잘 못 타는 엄마와 달리 울 딸은 지금도 엄청 잘 탄다. 무서운 것만 골라 타는 아이다. 


Atmosfear (작명 솜씨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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